이달 초 열린 경제학계의 가장 큰 연례행사인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은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우선 우리 경제의 병목을 수요가 아닌 공급으로 인식하는 입장에서는 과연 성장모형으로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만약 실제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에 근접했거나 그것을 이미 추월했다면 수요에서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소득주도 성장은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논지는 성장의 거시적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의 지속 가능성과 잠재력이 손상되지 않기 위해서는 성장 혜택이 사회 전 부문에 광범위하게 공유되는 미시적 측면도 함께 고려하는 포용적 성장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포용적 성장의 당위성을 빈부격차 해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 발전을 주도할 혁신 인재 풀을 넓히려는 데서 찾고 있다. 몇 년째 소득분배는 개선되지 않고 실질소득이 정체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가운데 취약근로층을 타기팅하는 소득주도 성장은 분명 포용적 성장에 기여할 여지가 있다.
다음은 소득주도 성장론이 제시하는 가계소득→소비→성장의 연결고리가 취약할 가능성이다. 특히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은 그 폭이 클 때 고용이 감소하거나 물가가 오르거나 최저임금 이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자의 경영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 부작용이 크다면 소득주도 성장은 그 효과가 당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이 같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으며 소득주도 성장의 성패를 가늠하는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의 취약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은 양면성을 가진다. 최저임금 인상이 한편으로는 취약근로층의 소득을 높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을 고용하는 사업체가 대부분 생산성이 낮고 수익성도 높지 않아 상당한 경영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득주도 성장의 양면성은 정부 개입을 불가피하게 하는데 여기서 정부 개입이 정책목표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저소득층에 대한 세액공제제도가 고용주로 하여금 근로자에게 저임금을 지급할 동기를 가지게 하는 것은 선진국에서 자주 보고되는 한 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3조원의 일자리안정기금을 조성했다. 이 기금은 궁극적으로 근로취약층을 지원하는 데 사용돼야 하나 말처럼 쉽지 않다. 세액공제제도의 예와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어느 아파트에서는 입주민도 혜택을 보기 위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경비원 급여 등을 정부가 정한 근로조건에 맞췄다. 실제로 지원금을 받아낸다면 결국 납세자가 아파트 관리비를 지원해주는 셈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은 디테일에 있다. 정부는 지원금이 당초 취지에 맞게 쓰이는지를 확인하는 사후관리에 힘써야 한다. 부정 수급과 누수를 차단하고 마땅히 지원금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이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사각지대를 찾아 메워야 한다.
고용은 최저임금을 논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상식적 판단과 달리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대한 정형화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어렵다. 표본 기간, 대상, 지역, 경제 여건 같은 변수가 인과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 기존의 기업보다는 새로 진입하는 기업이 노동절약적 기술을 채택해 중장기적으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다.
통상 최저임금 인상은 저숙련 직종의 일자리를 줄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실제로 그 파급효과는 미처 생각지 못한 곳까지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주도 성장이 고용에 미치는 잠재적 부작용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는 보완책도 고려해봄 직하다.
지금까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나름 성장 모델을 제시했으나 대부분 결실을 보지 못한 채 용두사미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꼼꼼하게 살피고 내실 있게 운영해 기대했던 결과를 끌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