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기업인들에 대한 형사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인들의 구속이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다. 반대로 형평에 어긋난 판단으로 국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법감정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혼재한다.
두 상반된 견해에는 중요한 본질이 숨어 있다. 급격한 성장을 경험한 우리나라 경제와 그 안에 포함된 기업들의 지배구조에 대한 모순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성장을 이뤄냈다. 한국전쟁 폐허 후 불과 50년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경제 대국에 오른 성장 과정이 자랑스럽지만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있다. 정부 주도의 개발국가 경제 모델을 따르면서 엘리트 관료 및 정치권력과 정부의 특혜를 추구하는 기업 간 관치금융, 정경 유착, 부정부패, 비자금 조성, 회계 부정 등 비정상적 병리 현상이 만연해진 것이다.
그럼에도 도도한 경제적 흐름은 이 같은 구시대적 기업경영 생태계를 바꿔왔다. 우리나라가 주식시장을 개설한 것은 지난 1956년이다. 처음 12개의 상장기업이 지금은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을 합해 2,200여개 기업에 시가총액은 2,000조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가총액의 비율(자본화율)이 선진국 수준인 150%에 육박한다. 직접투자자 외에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를 통한 간접투자자를 포함하면 전 국민의 주식투자자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반면 재벌총수를 비롯한 지배주주는 기업공개(IPO)로 외부에서 많은 투자자금을 받아들인 만큼 주식을 보유하는 비율이 점점 줄어들어 우리나라 재벌기업 총수들의 주식보유 비율이 불과 4% 정도라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가 1998년 외국인에게 자본시장을 개방한 이래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에서 40%를 오가는 시대다.
이 같은 새로운 기업경영 생태계에서는 종래 차입경영 시대에 주식을 과점하던 재벌총수가 정부의 특혜를 받으며 기업을 좌지우지하고 도덕적 해이를 자행하는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 기업경영인의 기업가정신(앙트러프러너십)은 최대한 발휘되도록 정부와 사회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불법적 경영 형태는 제어돼야 하는데 기업경영인의 불법을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이자 기업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정 장치가 바로 기업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이고 그 핵심이 바로 내부감사조직이다.
최근 문제 된 기업인들의 범죄 행위를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기업 내부의 감사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사태를 계기로 기업 지배구조 및 감사기능의 혁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업들의 현실적 노력이 경주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