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간선거가 열리는 오는 11월까지 우리나라의 ‘통상 수난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호무역 깃발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번 중국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주요2개국(G2) 무역전쟁은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큰 힘을 쏟았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은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제물로 삼을 수 있는 선택지에 우리나라만 홀로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통상학계에 따르면 7월1일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2015 무역촉진권한(TPA) 법안이 만료된다.
TPA란 의회에서 미 행정부에 의회가 무역협정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부여한 권리를 명시한 법안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타결한 무역협정은 조항 수정 없이 의회가 90일 이내에 가결·부결만을 결정할 수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위해 지난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3년 기한으로 법안이 통과됐다.
TPA 기한 만료가 코앞임에도 지난해 8월 시작된 나프타 재협상은 여전히 공전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멕시코 3국은 지난달 29일 6차 재협상까지 마쳤지만 눈에 띄는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TPA 법안 만료 이전에 나프타 재협상이 끝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나프타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치적을 쌓기 위한 제물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만 남는다는 점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한미 FTA 개정협상은 TPA가 안 걸려 있기 때문에 11월 중간선거까지 계속 끌고 가면서 국내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이 같은 상황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양국의 분쟁으로 생긴 ‘유탄’에 우리나라가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한 철강 안보영향 보고서다. 미국은 값싼 중국산 철강재가 한국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면서 우방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를 53% 고율 관세 부과 대상국에 포함시켰다.
지식재산권을 두고 벌어지는 미중 간 다툼의 불똥도 우리나라로 튈 수 있다. 실제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지난달 한국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대한 관세법 337조 위반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불공정 무역조사(무역법 301조), 국제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한 관세 인상(무역법 122조), 환율조작국 지정 등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우리가 빨려들 가능성도 높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11월 중간선거 이전까지는 미국의 무역공세가 계속 점증할 수밖에 없다”며 “한미 FTA 개정협상이라는 채널을 이용하는 등 다각도로 미국과 협의를 이어가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