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004800)이 인도에 첫 스판덱스 공장을 짓기로 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이달 들어서만 베트남과 인도를 잇달아 방문하는 등 공격적인 글로벌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일 효성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인도 뭄바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2019년까지 마하라슈트라주 아우랑가바드시에 1억달러를 들여 스판덱스 공장을 건립하기로 합의했다. 효성이 인도에 건립하는 첫 번째 스판덱스 공장으로 아우랑가바드시(市) 인근의 아우릭 공단에 40㏊ 규모의 부지에 들어선다. 1차로 1억달러를 투자한 뒤 시장 상황을 봐서 추가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 회장은 모디 총리에게 “인도는 세계 최대의 섬유 시장 중 하나로 소비 시장 규모도 괄목할만하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스판덱스 공장을 인도에 건립하기로 한 것은 인도의 풍부한 내수시장 때문이다. 인도는 인구가 13억명이 넘는데다 매년 7% 이상 성장해 2030년에는 중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도 스판덱스 시장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6% 이상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연 12% 이상 성장해 2020년 시장규모가 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 관계자는 “현재 인도에서 약 6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고부가가치의 프리미엄 시장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차별화된 기능과 품질,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 회장은 스판덱스뿐만 아니라 산업용 섬유, 중공업, 금융자동화기기 등 사업 확대에 대해서도 모디 총리와 논의하고 탄소섬유, 아라미드 등 효성 신사업의 시장 진입을 위해 애로사항을 건의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도 신규 투자를 계기로 효성의 ‘포스트 차이나’ 전략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인건비 상승, 규제 강화로 중국 공장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해 중국의 대체 지역을 고민해왔고 대체 시장으로 베트남과 인도를 선택했다.
베트남은 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등 핵심 제품의 생산 전초기지로 육성하고 인도는 풍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주력 제품의 소비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조 회장은 지난 8일 베트남을 방문해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만난 뒤 화학과 중공업 부문 투자를 확대해 베트남을 글로벌 복합 생산기지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효성 관계자는 “100년 효성의 전략적 기반으로 베트남과 더불어 인도를 선택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회장은 모디 총리와의 환담 후 함께 ‘마그네틱 마하라슈트라 컨버전스 2018 전시회’에 참석해 개막식 축사를 맡았다. 이후 행사에 참여한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회장, 릴라이언스그룹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 등과도 만나 환담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