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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더 포스트'] 권력에 맞선 기자들 "숨겨도 될 진실은 없다"



‘더 포스트’는 “국익과 국가 안보를 위해 은폐돼야 하는 진실은 없다”는 진리에 관한 영화다. 권력자들과 이를 감시하는 언론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대척점에 놓고 감정에 호소하는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고, 왜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기자들과 언론사 사주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는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군사개입을 강화하는 구실로 삼았던 통킹만 사건이 조작됐다는 내용 등을 담은 미국국방부의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과 언론사 첫 여성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리프)이 용기 있는 선택을 한 1971년 6월의 실화가 바탕이 됐다. 이 보도로 워싱턴 포스트는 지방 중소 일간지에서 단번에 전국 유력 일간지로 도약한다.





‘펜타곤 페이퍼’를 언론에 제보한 국방전문가 다니엘 엘즈버그가 베트남 전쟁을 참관하고 전쟁의 충격적인 실상을 목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 영화는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등 4명의 전임 대통령과 당시 대통령 닉슨이 30년간 대국민 사기극을 펼친 이야기 속으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뉴욕 타임스의 닐 시언 기자는 이미 베트남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음을 알았음에도 추가 파병을 강행한 정부를 가장 먼저 폭로한다.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 충격을 받은 워싱턴 포스트도 이에 질세라 ‘펜타곤 페이퍼’를 손에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마침내 뉴욕 타임스에 누가 제보를 했는지를 끈질기게 추적해 4,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문서를 손에 넣는다. 그러나 닉슨은 앞서 보도한 뉴욕 타임스의 기사가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며 후속보도를 금지하는 소송을 걸고, 워싱턴 포스트 역시 난관에 부딪힌다.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편집장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와 기자들은 정부가 은폐한 베트남전의 진실을 폭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경영진은 보도로 인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며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결정은 발행인 캐서린의 몫이 된다. 불과 며칠 전 워싱턴 포스트는 기업공개를 했기에 그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회사의 가치가 하락하면 일주일 이내에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 평생 직업을 가질 필요가 없던 캐서린은 남편이 죽자 발행인 자리를 물려받았다. 영화는 여성인 데다 주부에서 갑자기 발행인이 됐다는 이유로 무시당하지만 캐서린은 그 누구보다 언론의 사명이 무엇인지 알며, 확신하지 않아 더욱 ‘신중한 리더’라는 것을 진중하게 묘사했다. ‘더 포스트’는 역사에 가정은 불필요하다지만 어설퍼 보이였지만 그의 결단 없었다면 ‘펜타곤 페이퍼’ 보도와 이에 따른 여파는 축소됐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특히 영화를 엘즈버그로 시작하고, 마지막 장면을 닉슨이 사임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워터 게이트 사건’으로 장식한 스필버그의 재치있는 연출은 끝까지 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워터 게이트 사건’은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가 특종 보도했다.



영화는 명대사로 감동의 깊이를 배가한다. 이를테면 ‘뉴스는 역사의 초고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 등 명대사들은 가슴을 뛰게 하기도 하고, 제대로 된 언론만 있다면 언젠가는 사회는 바뀐다는 메시지는 희망적이다. 또 “뉴욕 타임스는 1면에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했는데, 우리는 닉슨 딸 결혼 기사나 건졌네” “권력과 언론은 친구가 될 수 없죠”라는 편집장 벤의 독설은 웃음과 함께 언론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판, 윤전기, 신문이 나올 때까지를 기다리는 풍경 등은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신문시대’를 소환한다.


’더 포스트’는 ‘언론은 늘 옳지도 완벽하지도 않지만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원동력’이라는 진리가 가슴을 뜨겁게 하는 영화다. 메가폰을 잡은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섬세하고 진중한 연출력과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메릴 스트리프와 톰 행크스의 ‘완벽 이상’의 연기력 덕이다. 스트리프는 이번 작품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생애 네 번째 오스카 수상에 도전한다.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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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GV 아트하우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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