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인 마케터가 독점해온 홍보대행 시장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홍보를 하고 그 효과에 따라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서비스가 있다.
‘소문내고 포인트 받는 국민부업’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텐핑은 사용자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텐핑 고객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정보를 올리고, 그의 계정을 통해 가입자가 늘거나 상품이 팔리면 포인트를 준다. 포인트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텐핑의 스타급 마케터의 경우 월 수천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고준성(45·사진) 텐핑 대표는 20일 논현동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1인 마케터를 펀드매니저 못지 않은 전문직으로 만들겠다”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1위 광고대행사인 WPP그룹처럼 세계적인 광고 프랜차이즈로 자리잡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글로벌 넘버1 광고그룹인 WPP는 자회사 수만 3,000곳을 넘을 정도로 광고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공학도 출신의 고 대표는 어릴 적부터 읽고 쓰는 일을 좋아했다. 자신의 적성과는 상관없이 KAIST 화학공학과에서 박사 과정까지 밟다가 우연치않게 카이스트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을 받으며 박사 과정을 그만 뒀다. ‘글을 쓰면서 먹고 살겠다’는 그의 결심은 언론사 기자로 인생의 방향을 틀었고, 이후 다음(현 카카오)에 들어가 블로거 기획자로 연결됐다.
블로거들이 1인 미디어로 대접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했던 그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광고 플랫폼으로 이어졌다. 그의 오랜 고민은 2011년 옮긴 제일기획에서 구체화됐다. 입사 4년차에 사업계획 공모 최고상을 수상해 사내 태스크포스를 거쳐 2015년 ‘텐핑’을 설립한 것. 고 대표가 걸어온 10년간의 커리어가 모두 텐핑에 담긴 셈이다.
텐핑은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방식을 온라인으로 옮긴 것으로,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광고 대행을 하는 것이다. 광고주가 텐핑에 올린 콘텐츠를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SNS 계정을 통해 광고가 아닌 정보로 소문을 내면 된다. 이렇게 소문을 낸 글이 독자에게 읽혀 서비스 가입이나 제품 구매로 이어지면 광고비의 일부가 마케터의 계정에 포인트로 쌓인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광고비가 10이라고 하면 마케터는 8을, 텐핑은 2를 나눠 갖는 구조다. 이미 월 평균 수입이 6,000만원을 넘는 스타급 마케터도 생겨났다.
고 대표는 “텐핑의 이용자는 일종의 퍼포먼스 마케터로서, 그들 스스로 SNS 채널에 광고비를 쓰면서 자신이 버는 광고비와의 차액을 남겨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스타 마케터가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 아니라 일반 직장인이나 주부라는 점에서 확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텐핑에는 프로마케터가 20여명 있다. 고 대표는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무형의 마케팅 대행사로 키울 생각이다. 그는 “기존 광고대행사는 마케터를 채용해 오프라인 상에서 광고주를 위해 비즈니스를 하는 모델”이라며 “텐핑은 마케터를 불러 모을 필요 없이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성과를 내면 보상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단계는 지속성이다. 남다른 성과를 창출하는 프로마케터가 하나 둘씩 등장하면서 이들을 어떻게 독점할 것인가가 당면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고 대표는 이들을 직접 채용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마련했다. 지난해 4월 첫 채용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0여명의 마케터를 채용한 것이다. 이들은 광고 수익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물론 텐핑으로부터 별도의 연봉을 받는다. 4대 보험 등 사회적 안전망도 제공해 로열티를 끌어올린다.
지난 2016년 매출 2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69억원, 올해는 2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손익분기점도 넘어설 전망이다. 고 대표는 “중장기적으로는 1인 마케터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작은 광고대행사 형성하고 텐핑은 이들을 포괄하는 작업을 하면서 이들의 영업력과 마케팅 역량을 텐핑 안에 담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