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캐시그랜트·5,000억 대출 포함 GM, 한국 정부에 1.7조 요구

일자리 볼모 과다요구 논란 확산

정부 "수용 어렵다" 공감대 커져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을 철수시키지 않는 조건으로 우리 정부에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GM이 요구한 총금액은 GM의 출자전환을 전제로 한 산업은행의 유상증자와 신규 대출, 정부의 재정 및 세제 지원을 모두 더한 액수다. 특히 GM은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본사 차입금 상환을 위해 부평공장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산은에 요청했다. GM이 우리 정부에 요구한 금액이 확인되기는 처음으로, 외국 기업이 한국GM 철수 등 일자리를 볼모로 정부에 천문학적인 자금지원을 요구한 데 대한 비판여론도 커질 전망이다.

21일 자동차 업계와 산은 등에 따르면 GM은 이 같은 내용의 회생 ‘패키지플랜’을 지난달 정부에 전달했다. GM 사정에 밝은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GM의 제안에는 출자전환을 통한 유상증자뿐 아니라 신규 투자를 위한 대출 요구, 재정 및 세금감면 지원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엥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을 방문, 이동걸 회장과 1시간반 가량 회동한 자리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GM의 회생 패키지플랜은 크게 △재무건전성 개선 △신규 투자를 통한 경쟁력 강화 등으로 구성됐다. 우선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출자전환을 통한 유상증자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GM의 본사 차입금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대해 출자전환을 단행하고 산은 역시 지분(17.02%)에 해당하는 약 6,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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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GM 공장에 앞으로 10년간 28억달러(3조150억원)가량을 투자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러나 GM은 이의 전제조건으로 산은에 약 5,000억원 규모의 신규 대출을 요구했다. 인적 구조조정도 단행해 2,000명 이상의 직원을 내보내고 연간 자동차 생산물량도 50만대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인천 부평, 창원 등 GM 공장이 있는 곳을 특별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 재정과 세제 지원을 해달라고도 요구했다. GM은 외투지역 지정에 따른 정부 지원액이 5,000억원은 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GM은 인천시에 현금지원을 뜻하는 ‘캐시 그랜트’까지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시 관계자는 “GM으로부터 캐시 그랜트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캐시 그랜트는 외국인투자기업의 신규 투자금 10~20% 정도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제도다. 순수한 현금 지원이라 갚을 필요도 없다. GM이 약 3조원의 신규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최대 6,000억원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모두 더하면 GM이 우리 정부에 공식 요구한 지원금액은 총 1조7,000억원에 이른다. GM은 또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본사 차입금 7,220억원 상환을 위해 부평공장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산은에 요구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정부에서는 GM의 이 같은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정부 관계자는 “GM이 경상투자(장비나 설비를 유지 보수하기 위해 실시하는 보완투자)만으로 1년에 3,000억원가량을 쓰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런 식이면 별도의 투자 없이 가만히 있어도 10년간 3조원이 그냥 투입되는 것인데 결국 ‘말장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입금 출자전환 역시 GM이 만약 한국에서 철수하면 어차피 회수하기 어려워 일반적 채권단 출자전환과는 의미가 다르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일단 GM 경영상태에 대한 실사를 벌인 뒤 구체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을 받아 지원 여부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실사기관으로는 삼일회계법인이 잠정 결정됐고 오는 3월 초 실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실사범위 등을 놓고 이견이 커질 수 있다. 실사에만 적어도 1개월, 정상화 방안 마련에도 1~2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6월 지방선거 이후에나 GM의 운명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서일범·강도원·서민준기자 squiz@sedaily.com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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