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靑, 내각, 국회 그리고 이공계(2)

임석훈 논설위원

대통령이 직접 대책 챙길만큼

이공계 기피 심각, 인력난 가중

'인문계 우대' 가치 왜곡 틀 깨고

요직에 공학인재 과감히 뽑아야

목요일아침에 칼럼 사진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 이공계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내각에 지시했다. 이공계 기피 현상과 저출산으로 심화하고 있는 이공계 인력 수급난을 극복할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주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가 대책 마련에 들어가 올 상반기 중 이공계 인력 육성방안을 내놓을 모양이다.


특히 이공계 인력 처우 개선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 양적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과학기술 등 이공계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대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한다. 전과 같은 고리타분하지 않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니 기대가 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책을 세우라고 할 만큼 국내의 이공계 기피 현상은 심각하다. 서울대 공대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후기 석사과정 경쟁률이 0.96대1로 사상 처음 미달 사태를 빚었다.

국내 자연계열 박사학위 취득자도 2014년 2,362명에서 2015년 2,282명으로 쪼그라드는 등 이공계 기피 현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까지 공학 분야에서만 연평균 2만8,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대학 전공별 인력 수급 전망’은 더 암울하다. 2024년까지 공학계열의 필요 인원은 97만명인데 공급 가능 인력은 75만명에 불과하다. 무더기로 공학 인재가 부족한 현실이 10년 내 닥친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이공계 인재가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매년 1,000명 이상의 이공계 인재가 의학전문대학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진로를 바꾸고 있다. KAIST의 경우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졸업생 5,142명 가운데 496명이 의·치의·법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했다. 사정이 이런데 저출산으로 학령인구마저 줄고 있어 이공계 인력 확보는 그야말로 발등의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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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이공계 인력난 문제 해결을 재촉한 이유를 알 만하다. 이렇게 대통령 지휘 아래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세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공계 출신을 정부 요직 등에 과감히 발탁해야 한다. 기자는 문재인 정부의 첫 인사가 막바지에 달한 지난해 5월 말 이와 관련한 칼럼을 썼다. 내각과 청와대, 그리고 국회 모두 ‘이공계 기근 현상’이 심하다는 내용이다.

“새 정부의 인사도 과거 정부와 별반 차이가 없다. 역시나 이공계는 몇 명 안 된다. 청와대 수석 중에 이공계는 도시공학을 전공한 김수현 사회수석 정도다.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을 봐도 마찬가지다” “국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대 국회의원 가운데 이공계 출신은 29명에 불과하다. 전체 의원 수의 9.7% 수준이다. 그나마 과학기술계 배려 등의 구색 맞추기 차원에서 선택한 비례대표 10명을 빼면 19명이 고작이다. 90% 이상이 인문계 전공이라는 얘기다. 많은 이과생들이 전공과는 무관한 법학전문대학원이나 행정고시에 뛰어드는 것도 이런 ‘문과 후광효과’가 한몫하고 있다.”

10개월 전 이 칼럼에서 지적한 현실과 대안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공계가 유망하니 그쪽으로 진학하라고 학생들 등을 떠밀지만 정작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법조인·의사가 우대받고 금융권 등 고연봉 직장이 좋은 직업이라고 여기는 왜곡된 가치배분의 틀이 여전하다. 인문계 출신을 고위직에 대거 기용하고 국회의원 공천을 많이 하는 것은 인문계 특유의 감각과 능력을 발휘해 국사(國事)나 정치를 잘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시대의 흐름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전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관련 산업의 현실을 이해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의 등용이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시급한 것은 메아리 없는 말 잔치보다 가시적인 조치나 제도 마련이다. 여성 국무위원 30% 공약처럼 이공계 국무위원 할당제나 선출직 공천 시 우대 같은 발상의 전환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나. /shim@sedaily.com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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