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영현 씨는 최근 아내를 설득해 건조기를 구매했다. 아내도 직장을 다니고 있어 집안일을 서로 나눠서 하고 있는데 빨래 이후 말리는 것까지는 박 씨의 몫이었다. 유학 당시 코인 빨래방에서 건조기를 사용해 본 적 있는 그는 건조기가 있으면 집안일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박 씨는 “건조기를 구매한 뒤 빨래를 말리는 시간이 5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만족했다.
남성들이 가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생활가전 시장에 적잖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건조기가 대표적이다. 맞벌이 등으로 인해 박 씨와 같이 집안일을 하는 남성들이 건조기 돌풍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071840) 관계자는 “아내를 데리고 와 매장에서 건조기 설명을 듣게 하는 남성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젊은 부부 뿐 아니라 50대 중년 부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가사 분담에 나서는 남성들에 힘입어 건조기가 ‘의류관리카테고리’ 분야에서 지난 1월 드럼세탁기를 제치는 이변도 일어났다. 아직 성숙기에 접어들지 않은 제품이 해당 카테고리 대표 주자를 제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냉장고 카테고리 내에 있던 김치냉장고가 주부들의 지지를 받으며 급성장 한 뒤 냉장고와 다른 카테고리로 갈라져 나온 적은 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건조기의 지난 1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20.6% 증가했다. 일반세탁기, 드럼세탁기, 건조기, 의류관리기(스타일러)로 구성된 ‘의류관리 카테고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에서 32%로 늘어났다. 이로써 28%를 차지한 드럼세탁기를 제쳤고, 33%를 기록한 일반세탁기의 비중도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집안일 하는 남성들의 지지를 업은 다른 상품도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가 지난 1월 한 달간 판매한 건타입 무선청소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8%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이 집안일을 맡게 되면서 무선청소기 등의 제품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