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와 대장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쓰는 내시경은 청결이 필수다. 신체 내부에 들어가는 만큼 재사용할 때마다 높은 수준의 소독이 필요하지만 ‘인간 광우병’이라고 불리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환자의 경우 의료기기 재사용 자체가 금지돼 있다. 변종 단백질로 전염되는 질병의 특성상 아무리 소독해도 기구에 단백질이 붙어 있어 병을 전염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회용 내시경이 필요한 이유다.
의료기기 스타트업 ‘옵티메드’의 김헌태(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 구로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슈퍼박테리아 등의 감염 불안을 일회용 내시경으로 해소할 수 있다”며 “면역력이 약한 장기이식 환자, 암 환자 등에게는 감염이 치명적인 만큼 일회용 내시경에 대한 수요는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내시경으로 각종 균에 감염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소화기 내시경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올림푸스의 경우 미국에서 내시경 감염과 관련해 제기된 소송만 수 십여 건에 달한다. 제대로 멸균되지 않은 내시경의 재사용으로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돼 사망한 경우도 종종 있다. 김 대표는 “의료기기를 아무리 소독해도 세균이 얇게 막을 형성해 붙어있는 바이오 필름(생물막)과 그 뒤에 가려진 균까지 제거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3,000만원 이상의 고가 장비에 소독비용을 합친 것보다 멸균된 일회용 제품이 더 경제적이다”고 설명했다.
위 내시경에 로봇공법을 적용하고 체내에 들어가 오염되는 부분을 일회용으로 교체하도록 개발된 옵티메드의 제품은 기존 장비값보다 200분의 1가량 싸다. 해외에서는 한국보다 앞서 일회용 내시경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다. 덴마크 의료기기 업체인 엠부는 호흡기 내시경을, 보스턴사이언티픽은 요관 내시경 등을 일회용으로 개발했다. 2011년 설립된 옵티메드는 위·십이지장 내시경 외에 다른 내시경 제품도 일회용으로 개발 중이다.
일회용 위 내시경을 처음으로 개발한 옵티메드는 바이오벤처 업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미국 ‘매스챌린지’에 국내 의료기기 업체로는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올해 한국과 미국에 의료기기 허가를 신청해 하반기부터는 국내에서 먼저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며 “남미 지역 동물병원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