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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패배로 끝난 '벼락치기 팀워크'

예선보다 3초 이상 기록 후진

'왕따 논란' 폴란드에도 4초 뒤져

박승희 분위기 고무 노력했지만

노선영·김보름 서로 말없이 퇴장

21일 강릉 오발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린 여자 팀추월 7·8위전에 참가한 한국팀 선수들이 서로를 밀어주며 달리고 있다./강릉=권욱기자21일 강릉 오발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린 여자 팀추월 7·8위전에 참가한 한국팀 선수들이 서로를 밀어주며 달리고 있다./강릉=권욱기자


누구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21일 저녁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7·8위전에서 대표팀은 예선 기록보다 3초 이상 뒤처진 3분07초30의 기록으로 경기를 마쳤다. 우리 팀과 유사하게 ‘왕따 논란’이 생겨 선수를 교체한 폴란드 대표팀에 4초21 차로 밀린 기록이다.


노선영(29)-김보름(25)-박지우(20)가 나선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번갈아가며 선수로 나서며 6바퀴를 돌았다. 관객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선수 소개 순간에는 노선영에게만 환호가 나왔다. 김보름과 박지우의 이름이 불렸을 때는 박수가 나오지 않았다.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발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순위결정전에서 김보름과 노선영이 경기 시작 전 대화하고 있다./강릉=권욱기자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발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순위결정전에서 김보름과 노선영이 경기 시작 전 대화하고 있다./강릉=권욱기자


이날 링크에 함께 들어선 예비선수 박승희(26)는 노선영의 암밴드를 직접 올려주는 등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박승희는 노선영의 동생인 고(故) 노진규 쇼트트랙 국가대표와 절친한 사이다.


대표팀은 논란을 의식한 듯 기록보다 팀워크에 집중했다. 세 선수는 떨어지지 않고 레이스를 마쳤다. 표정 변화도 없이 묵묵히 달려나갔다. 예선전에서는 노선영이 마지막 주자였지만 이번에는 2번 주자로 바뀌었고 대신 박지우가 맨 마지막 주자 역할을 맡았다. 여섯 바퀴를 도는 동안 선수들의 간격 역시 일정했다. 네 번째 바퀴에서는 서로의 엉덩이를 밀어주는 모습도 보여줬다. 관객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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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록은 ‘왕따 논란’이 펼쳐졌던 예선전(3분03초76)보다 나빠졌다. 기록보다는 팀워크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세 선수는 서로 간 대화는 물론 취재진과 인터뷰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취재구역을 벗어났다. 막내 박지우만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21일 강릉 오발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린 여자 팀추월 7·8위전 경기를 마친 노선영선수와 김보름 선수가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강릉=권욱기자.21일 강릉 오발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린 여자 팀추월 7·8위전 경기를 마친 노선영선수와 김보름 선수가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강릉=권욱기자.


여자 대표팀은 지난 19일 치러진 준준결승에서 김보름·박지우·노선영이 레이스를 펼쳤지만 마지막 주자인 노선영이 앞선 선수들과 큰 격차로 결승선을 통과해 ‘왕따 논란’이 일어났다. 백철기 대표팀 감독과 김보름은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들에 대해 해명했지만 그날 저녁 노선영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의혹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김보름과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틀도 지나지 않아 참여인원 50만명을 넘어섰다.

한편 일본은 이날 열린 여자 팀추월 결승에서 올림픽 신기록인 2분53초89로 통과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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