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집행체계개선 태스크포스(TF)’ 최종보고서를 확정하고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고 22일 밝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TF의 논의를 토대로 공정위가 입장을 조속히 정리해 국회와 시장을 설득할 것”이라며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작업에도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안은 피해자의 증거 확보를 돕기 위해 손해배상소송에서 기업의 자료제출 의무를 공정거래법에 못 박는 방안이다. 지난 2016년 특허법에서 기업이 영업비밀이라 하더라도 특허 침해의 증명과 손해액 산정에 반드시 필요한 때에는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한 부분을 참조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법원의 자료제출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불리한 판결이 나올 수 있는데다 과도한 자료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담합 등 굉장히 많은 영역을 다루고 있는데 혐의가 나올 때까지 기업들의 영업비밀 자료까지 계속 요구하면 기업들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할 만한 기준 마련이 우선”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사정 탓에 TF에서도 영업비밀과 사생활과 관련된 사안의 자료제출 여부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렸다. 다만 영업비밀 내용까지 공개되지 않더라도 해당하는 자료목록은 법원에 제공하는 데 의견이 모여 어떤 결론이든 기업들의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영업비밀은 현재 공정위의 공적인 직권조사에서도 예외로 인정해주고 있는데 민사소송에서 영업비밀을 내놓으라는 건 기업 입장에서 악용될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잘못하면 위헌 시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중간보고서 발표 때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유보 의견을 냈던 공정거래법의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전면 폐지, 보완 유지, 선별 폐지의 의견이 나왔는데 어떤 안이든 최소한의 보완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도 “‘공정거래법의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원칙은 분명하다”며 “공정거래법의 형벌 완화와 금전적 제재 강화가 이뤄진 뒤 전속고발제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과점 기업집단을 강제로 떼어놓는 ‘기업분할명령’ 등 시장구조개선명령제를 도입할지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도입되더라도 매우 제한적인 적용기준이 필요하다는 데 중지를 모았다. 독과점 기업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마음대로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담합 사건 등의 경우 그 피해의 범위가 광범위하고 대체로 소액 피해인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이 소송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보완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소비자 분야에도 집단소송제가 도입된다. 소송 제기가 어려운 피해자를 대신해 국가가 소송을 제기하는 ‘부권소송제’의 경우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내놓았다. 도입의 필요성은 대부분 인정했지만 미국 외에 사례가 없는데다 집단소송제 도입 논의가 있는 만큼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세종=강광우·빈난새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