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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이승훈·윤성빈 "말 앞세우면 그르친다? 우리한텐 안 통해요"

'말 많으면 그르친다' 속설 깬 괴물스타들

500m 실격에 銀 놓쳤던 최민정

'꿀잼'으로 다독이고 '다관왕' 차지

"전성기 안 왔다" 서른의 이승훈

팀추월서 후배들과 은메달 합작

'준비끝' 외친 스켈레톤 윤성빈

두쿠르스 제치고 당당히 金 캐

“메달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거라서….” 올림픽이라는 최고 무대에 나온 한국 선수들의 고정 레퍼토리다. 출사표는 항상 조심스럽고 일부러라도 겸손한 것이어야 했다.

그러나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의 자세는 조금 다르다. 특히 ‘괴물 스타’들의 공통점은 ‘말을 앞세우면 그르칠 수 있다’는 속설과 정면으로 대치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흘린 땀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안방올림픽이라는 여유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말하는 대로 이뤄냈다.




최민정 /강릉=권욱기자최민정 /강릉=권욱기자




쇼트트랙에서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이라는 최민정(20·성남시청)은 가장 공들여온 종목인 500m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메달을 놓쳤다. 그는 그러나 좌절할 틈도 없이 곧바로 벌떡 일어섰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꿀잼이었다고 한다. 가던 길 마저 가자”고 각오를 다지더니 취재진에도 “손을 대고 나가는 게 진로 방해면 안 대고 나갈 수 있게 해야겠죠? (앞으로가) 더 꿀잼이지 않을까 싶어요”라는 말로 메달을 넘어 재미있는 경기를 선사하겠다는 격이 다른 각오를 밝혔다. 각오 그대로 최민정은 이후 나가는 경기마다 폭발적인 스퍼트로 역전승을 거뒀고 다관왕 영광을 차지했다.

이승훈 /강릉=권욱기자이승훈 /강릉=권욱기자



세 번째 올림픽에 나선 스피드스케이팅(빙속)의 이승훈(30·대한항공)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직 내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미 올림픽에서 금·은메달을 경험했고 보통은 은퇴를 조금씩 고민하는 시기임에도 이승훈은 평창에서 전성기를 연장하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항상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 분야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하게 훈련하고자 한다. 전성기는 항상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결과는 역시 말한 그대로. 지난 21일 까마득한 후배들보다도 뛰어난 체력으로 팀추월 레이스를 이끌어 값진 은메달을 합작했다. 올림픽 3연속 메달의 금자탑을 세운 이승훈은 이미 이번 올림픽에서만 2만4,600m를 달리고도 “한 바퀴 돌 때마다 컨디션이 좋아지는 것 같아서 오히려 큰 힘과 자신감을 얻는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마지막 남은 종목인 매스스타트 목표는 물론 금메달”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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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빈 /평창=권욱기자윤성빈 /평창=권욱기자


당당한 각오를 말할 때 스켈레톤 윤성빈(24·강원도청)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달 31일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윤성빈은 부담감에 대한 토로 대신 “올림픽이 다가왔다는 기분이 별로 안 든다. 그냥 월드컵 시리즈 한 대회 더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느낌은 와 닿지 않는다”고 했다. “완전히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다”는 말에서 그 이유가 확인됐다. 올림픽 전 월드컵을 랭킹 1위로 마친데다 홈 이점이 유독 큰 종목이기는 해도 실수에 대한 중압감이 있었을 텐데 윤성빈한테서는 그런 게 보이지 않았다. 이용 대표팀 감독 또한 대회에 앞서 윤성빈에게 기대하는 성적을 금메달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윤성빈이 금메달을 딴 후 만난 이 감독은 ‘미디어데이 때 선수에게 바라는 목표를 밝힐 때 사실 놀랐다’는 기자의 얘기에 “부담을 줄 수도 있는 얘기지만 반대로 책임감을 한 번 더 강조하기 위해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4년 뒤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올림픽 직후 개인훈련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간접적인 당부로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성빈은 “나는 항상 올림픽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워낙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자신 있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평창=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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