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24/7] "보이스피싱 몸통 잡는다" 5개 경찰서 뭉친 '어벤저스' 떴다

지능범죄수사팀 인력 外

강력계 형사들까지 투입

가동된지 한달도 채 안돼

조직원 검거 성과 나타나

중국 공안과 협력 강화해

범죄 주도한 총책 정조준



“나왔다. 지금 나가자. 스마트폰 카메라 켜고. 하나 둘 셋!”

설 연휴 전날인 지난 14일 성남시의 한 모텔 주차장. 새벽5시부터 7시간째 차 안에서 잠복하던 서초경찰서 전화금융사기검거 전담팀원들이 황급히 뛰어나갔다. 보이스피싱 수금책(피해자로부터 돈을 받는 사람)과 송금책(돈을 해외조직으로 보내는 사람) 등 3명을 현장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가방에 든 현금 수천만원을 빼앗았다. 경찰서로 이송된 피의자들은 설 연휴 내내 밤샘조사를 받아야 했다. 속도전과 구속수사가 생명인 수사의 특성상 48시간 내 검찰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교통 요지로 꼽히는 마포·영등포·동작·서초·용산 등 5개 경찰서에 전담수사팀을 신설했다. 서울청 내 지능범죄수사팀 외에 각 일선 경찰서의 강력계 등 형사들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보이스피싱을 강력 범죄에 준하는 사건으로 대응하겠다는 서울청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팀장 한 명과 2인1조로 구성된 전담팀은 검거조와 조사조로 나눠 순환 근무한다. 첩보와 탐문으로 수사망을 좁혀 한 조가 검거에 성공하면 다른 한 조는 바로 현장에 나가 잠복 대기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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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범죄 용의자들이 언제 어디서 등장할지 모르는 특성 때문에 전담팀 소속 경찰들은 휴일도 반납했다. 보이스피싱 전담팀 관계자는 “조직원을 한 명이라도 붙잡으면 조직의 의심을 사기 전에 다른 가담자들도 최대한 유인하기 위해 신속하게 후속 수사를 진행한다”며 “전담팀 팀원들은 휴일 출근은 기본이고 4~5일에 한 번 집에만 잠시 들렀다 나오는 수준으로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 경찰들의 노력 덕분에 전담팀이 출범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 서초서가 최초 공개한 수사 중간 결과에 따르면 1월26일 이후 현재까지 보이스피싱 용의자 11명을 검거해 9명을 검찰로 송치했다. 이 중 8명이 동시에 연루된 한 보이스피싱 조직에서만 피해자가 40여명, 피해금액은 8억원에 달했다. 용산경찰서 역시 1월2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5명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경찰이 보이스피싱과 대대적인 전쟁에 나선 것은 최근 범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만 7,774건, 총 937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전년인 2016년 5,594건, 피해액 560억원에 비해 범죄 건수는 38%, 피해 규모는 57%나 증가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증한 것은 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외교 문제가 발생하면서 중국 공안의 공조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경찰이 중국에서 검거한 보이스피싱 피의자는 6명에 불과해 2015년 41명, 2016년 10명에 비해 적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드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는 일선 경찰이 조선족 출신 중국 공안들과 수시로 협력했는데 지난해부터 태도가 싹 바뀌어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의도적으로 연락을 피할 때가 많았다”고 전했다.

서울경찰청은 한중 간 껄끄러웠던 문제가 일단락된 만큼 다시 중국과의 공조를 강화해 보이스피싱 범죄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송금책이나 수금책 같은 하위 레벨이 아니라 범죄 계획을 짜고 지휘를 하는 우두머리인 총책을 타깃으로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경찰청 내 지능범죄수사대 3개 팀을 보이스피싱 전담팀으로 지정, 상위 조직원 추적과 국제공조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그동안 수사경험에 따르면 송금책 같은 하위 범죄자보다 상위에 있는 총책을 검거해야 일망타진된다”며 “서울청 지수대를 비롯한 경찰 조직이 중국 공안과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총책 검거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이어 “과거에는 노인분들이 주요 범죄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젊은 여성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건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 맞춤형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경찰에 따르면 검찰·경찰 직원을 사칭하면서 돈을 받아내는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81.9%가 20~30대다. 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사칭하는 ‘대출 빙자 사기’ 피해자 중 58.8%는 중장년층이고 자녀를 납치했다며 돈을 요구하는 ‘납치 빙자형’은 주로 60대 이상이 피해자다. 특히 최근에는 범죄가 훨씬 대담해졌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돼 전화를 끊으려 하면 오히려 전문용어를 섞어가며 고압적인 말투로 “끊으면 더 문제가 커진다. 중요 수사이기 때문에 혹시 주변에 알리기라도 하면 구속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20~30대 여성들은 아무래도 사회경험이 적고 마음이 약하다 보니 오히려 고압적으로 나오면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전화를 받으면 당황하지 말고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진용·이재명·허세민기자 yongs@sedaily.com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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