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건강 에세이] 투석환자 관리체계 선진화를

진동찬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장내과 교수

대한신장학회 등록이사



우리 몸의 주요 장기 가운데 완전히 기능이 없어도 생존이 가능한 장기는 콩팥(신장)이 유일하다. 콩팥 기능이 정상인의 약 5~10% 이하로 떨어져도 혈액투석 또는 복막투석치료를 받으면 혈액에서 노폐물과 과잉 수분 등을 제거하는 콩팥 기능을 대신해 생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뇌사자가 기증한 콩팥을 이식받을 수도 있다.

최근 노인 환자와 당뇨병 환자의 증가로 우리나라의 투석 환자 수는 급증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 등록위원회 조사에 의하면 지난 2016년 말 기준으로 약 8만명에 이른다. 혈액투석 환자들은 일주일에 3회(예, 월·수·금요일), 매번 4시간씩 병원을 방문해 투석치료를 받아야 한다.


혈액투석에 사용되는 의료 소모품은 모두 고가 수입품이다. 1회 투석 비용은 여러 약제를 포함해 약 20만원에 이른다. 자신은 물론 보호자에게도 시간적·비용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다행히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비용의 10%만 본인 부담하면 된다. 약 25%의 환자는 정부에서 의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 대상이어서 거의 본인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투석치료를 받아도 콩팥 기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콩팥 이식을 받지 못하면 평생 투석치료를 받아야 한다. 투석으로 요독 물질을 절반 이상 제거해도 빈혈·전신쇠약이 지속하므로 매우 어려운 투병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절망감이 클 수 있다.


투석치료는 콩팥 기능을 상당 부분 대신한다. 다만 주 3회 혈액투석을 받기 때문에 투석일 사이 2~3일 동안 콩팥 기능이 없는 기간이 있다. 그래서 합병증 발생을 최소화하려면 식이조절을 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변이 거의 없는 상태이므로 수분·염분·인 성분이 많은 음식의 제한이 필요하다. 환자들은 식이조절, 특히 소금을 거의 넣지 않은 무염식을 이어가야 하므로 어려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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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만 어려운 게 아니다. 장기간 혈액투석을 받으려면 의료비용이 환자당 연간 3,000만원 가까이 드는데 90%를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한다. 최근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재정부담이 크다. 투석치료의 질 관리에도 어려움이 많다. 우리나라는 국공립 의료기관의 비중이 낮아 대부분 병·의원이 사립 의료기관이다. 또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의료비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으므로 비용 소모적 치료의 좋은 질적 수준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심평원은 여러 차례의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를 시행해 각 의료기관의 등급을 발표하고 적은 범위지만 혈액투석 수가(酬價)를 가감지급해 치료 수준 유지에 노력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는 심평원과 연계해 미국의 신장정보시스템과 같은 투석환자 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보다 나은 투석치료 시스템을 만들려 하고 있다. 혈액투석 환자도 암 환자처럼 모두 등록시키고 해당 병·의원이 인증과 적정성 평가를 받도록 해 양질의 치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에 대한 의학적 평가와 추적관리도 가능해진다. 현행 말기 콩팥기능부전(신부전) 환자 등록사업은 회원 의료기관의 자율적 참여로 진행되므로 참여율이 낮다. 환자가 미등록 중소 병·의원과 요양병원으로 옮길 경우 추적도, 사망 여부 확인도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투석치료는 의료제도적으로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고 환자 측의 비용부담도 다른 질환에 비해 적다. 장기 투병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환자 자신의 의지와 가족들의 격려를 바탕으로 철저한 식이요법 및 복약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합병증 예방 및 생존기간 연장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진동찬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장내과 교수·대한신장학회 등록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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