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유족들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에 반발해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 유족들은 청와대로 행진하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40분께 천안함 46용사 유족회 30여 명은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문 대통령에게 면담을 촉구하며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에서 김영철 방남 반대 농성을 벌였다. 이후 김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고위급대표단이 통일대교 동쪽에 있는 전진교로 우회해 서울로 들어오자 청와대로 이동했다.
이성우 유족회장은 유족회 대표로 낭독한 서한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인 김영철이 우회 도로를 통해 대한민국의 땅을 밟은 참담한 현실에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답변을 듣고자 한다”며 “어제 유족들이 전달한 서한을 읽었다면 답변을 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유족회는 “‘폭침 주범이 김영철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표는 정부가 김영철을 비호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면서 만약 김영철이 주범이 아니라면 유족들에게 직접 설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현 정부 들어 유족들이 소외당하고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참담하다”며 “아픔과 상처를 문 대통령께서 직접 위로 격려해줄 생각은 없느냐”고도 했다. 이날 김영철 방한 규탄 기자회견에서는 눈물을 보이는 유족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이 회장은 “부모와 형제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줄 생각이 있다면 꼭 문 대통령이 답변해주길 바란다”며 “우리 유족들을 무시하고 답변이 없다면 분신을 할 각오로 이 자리에 다시 서겠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에도 유족들은 김 부위원장의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 수용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성명서를 청와대에 전달한 바 있다.
특히 천안함 유족들은 이날 오후 3시께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다가 이를 가로막는 경찰과 약 10여 분간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청와대에서는 오후 3시 20분께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나와 유족들의 서한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