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철강에 대한 수입규제와 관련해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관세 24%를 부과하는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경우 미 상무부가 53% 고율관세의 표적으로 삼은 12개 국가에 포함됐던 우리로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통상당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최악은 면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 상무부의 제안 중 가장 가혹한 선택지를 원한다며 세계 각국의 철강수입품에 일괄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지인들에게 밝혔다.
미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한 철강·알루미늄 안보영향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보고서에는 철강의 경우 △한국·중국·브라질·코스타리카·이집트·인도·말레이시아·러시아·남아공·태국·터키·베트남 등 12개 국가에 대한 53%의 관세 △모든 국가에 대한 일률적 24% 관세 △국가별 대미 철강 수출액을 지난해의 63%로 제한 등 3개 권고안이 담겼다.
보고서 공개 이후 우리나라가 53% 고율관세 대상 12개국에 포함된 것을 두고 ‘통상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 안을 받아들이는 시나리오를 최악의 안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 각 국가의 대미 철강수출을 줄이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과잉을 초래한 중국산 철강의 수요를 줄이겠다는 두 가지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안이 12개국에 고율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안이었기 때문이다.
보고서 발표 이후 정부가 대미 수출철강 중 중국산 포함 비중이 2.4%에 불과하다는 점을 적극 설명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 안을 선택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검토하겠다고 강경한 반응을 내놓은 데도 이런 배경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철강수입품에 일괄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 철강업계의 피해는 그나마 줄어들 수 있다. ‘표적관세’ 대상이 되면 가격이 오르면서 경쟁국에 북미 시장을 빼앗길 수 있지만 똑같이 관세가 오를 경우 가격 경쟁력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당국의 한 관계자는 “세 방안 모두 철강수입을 1,330만톤 줄여 미국 내 철강공장의 가동률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효과는 같지만 각 안에 따라 이해관계국의 희비는 엇갈릴 수 있다”며 “지금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률부과안으로 결정되면) 최악은 피한 셈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불리한 가용정보(AFA)’ 조항 적용 등으로 대미 수출철강 제품의 80%가량에 반덤핑·상계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만큼 미국 국내 기업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몇 개 나라만 받는 것보다 낫기는 한데 미국 철강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문제는 남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낮췄지만 알루미늄 분야에서는 되레 강하게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알루미늄 무역구제 조치와 관련해 미국에 수입되는 전체 알루미늄에 상무부의 권고안보다 높은 10%를 부과하는 문제를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미 상무부는 알루미늄과 관련해 △중국·러시아·베네수엘라·베트남·홍콩에 대한 23.6% 관세 도입 △모든 국가에 대한 일률적 7.7% 관세 적용 △국가별 대미 알루미늄 수출액을 지난해의 86.7%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