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반나절 걸리던 불량체크 이젠 실시간 대응"

[K-스마트공장 롤모델 자리잡은 '프럼파스트' 가보니]

분당 126m PB배관 생산라인

속도·온도 등 모든 데이터 축적

불량률 80%↓·매출원가율 4%↓

삼성전자서 노하우도 전수 받아

관리인력 충원에 직원 되레 늘어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가 생산라인 7개의 공정 현황이 표시되는 화면을 가리키며 스마트공장 도입에 따른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정민정기자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가 생산라인 7개의 공정 현황이 표시되는 화면을 가리키며 스마트공장 도입에 따른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정민정기자




오송역에서 남쪽으로 10㎞ 정도 자동차를 타고 들어가자 1만 9,384㎡(약 6,000평) 규모의 공장 외곽을 장식하고 있는 알록달록한 벽화가 눈길을 사로 잡았다. ‘스마트공장’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플라스틱(PB) 배관 제조기업 프럼파스트(035200)다. 벽화는 스마트공장으로 변신한 후 삼성전자의 기술 멘토들과 직원들이 합심해 그린 것으로, 프럼파스트의 변화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 기자가 찾은 프럼파스트 공장은 약 30m 길이의 대형 생산라인 7개가 쉼 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플라스틱 배관은 아파트 등을 지을 때 들어가는 급수 및 난방용 부속품으로, 국내 시장(1,500억원) 가운데 25%를 프럼파스트가 차지하고 있다. 각 생산라인마다 원재료 입고부터 압출성형·진공·냉각·외경 측정·절단·권취(coiling·롤처럼 마는 것) 등을 거쳐 마치 떡방앗간에서 가래떡을 뽑듯 플라스틱 배관이 만들어진다.

프럼파스트가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게 된 것은 지난 2015년 가을 원재희 대표가 ‘스마트공장 설명회’에 참석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원 대표는 “전세계 공장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대로 머무르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컸다”고 회고했다.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에 선정되자 2016년 1월부터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기술 멘토 3명이 상주하며 스마트공장 도입을 위한 준비 작업부터 함께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쓸모 없는 자료나 오래된 제품 등 악성 재고를 치우는 일이었다. 4.5톤 트럭 5대 분량이 실려 나갔다. 재고 정리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효율적 적재와 출하가 가능한 동선을 짰다.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가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달라진 라인별 공정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정민정기자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가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달라진 라인별 공정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정민정기자



작업 환경이 갖춰진 후엔 데이터를 모으는 일이 시작됐다. 이 회사는 당시만 해도 7개 라인에서 생산되는 배관의 불량률·생산량·생산설비 온도와 압력 등 데이터를 모두 수기로 작성했다. 1시간 단위로 생산 일보를 작성했던 만큼 한 달만 지나도 쌓이는 자료가 방대했다. 불량이 발생하면 생산라인을 전부 멈추고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일일이 파악해야 했다. 자료 분석 시간만 반나절이 걸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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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총 생산량이 126m에 달하는 만큼 라인 한 곳에서 불량이 생겨도 파악해야 할 자료 분량이 엄청났던 것이다. 원 대표는 “그동안 주먹구구식 공장 운영으로 불량률이 높을 수 밖에 없었다”면서 “생산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 컴퓨터에 저장한 후엔 불량률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에 수작업으로 원재료의 투입 중량을 계량했던 것을 중량 센서를 통한 실시간 데이터 수집으로 바꾸고, 압력이나 온도 등 설비 상태 역시 눈으로 직접 보고 수기로 기록했던 것을 시스템을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대체했다. 공장 가운데 벽면에 설치한 대형 화면을 통해 라인별 생산량과 기어 펌프의 속도·온도 등이 표시돼 한 눈에 전 공정을 파악할 수 있다. 스마트공장 도입에 투입된 총 비용은 2여억원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프럼파스트의 불량률은 80% 줄었고, 매출 원가율은 4% 감소했다. 이는 400억원의 매출원가 중 16억원의 이익이 확보, 이익률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다. 매출 역시 2015년 386억원(연결기준)에서 2016년 453억원, 지난해에는 500억원에 달한다. 당기순이익률도 6~7%에서 10%로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스마트공장을 도입했다고 인력이 줄어든 건 아니었다. 시스템 관리 및 분석 등 스마트공장을 위한 전문 인력을 신규 채용하면서 직원은 2015년 74명에서 지난해 90명 수준으로 오히려 늘었다.

성백한 프럼파스트 생산본부장이 생산라인의 온도와 습도 등 제반 공정 상태가 표시되는 모니터를 보면서 작동하고 있다. /정민정기자성백한 프럼파스트 생산본부장이 생산라인의 온도와 습도 등 제반 공정 상태가 표시되는 모니터를 보면서 작동하고 있다. /정민정기자


원 대표는 “공장 자동화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데이터 구축”이라며 “공장의 전체 데이터를 1년치만 축적해도 어떤 문제든 훨씬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마트공장 시스템 도입으로 연구개발에 투입할 인력이나 시간이 늘면서 신제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면서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겨냥한 멀티이음관(파이프 배관을 연결하는 부속품)이 상반기 유럽 인증을 따는 만큼 시장 공략을 서두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향후 물류는 물론 판매량 예측 등에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 스마트공장의 수준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세종=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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