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법정구속 이후 롯데그룹주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 부재에도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 주가가 급상승한 삼성그룹주와 달리 롯데 계열사들은 정부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내수기업이라 시장에서 감지되는 오너 리스크 우려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쇼핑(023530)은 1.17%(2,500원) 오른 21만6,000원에 마감했다. 이날은 주가가 올랐지만 롯데쇼핑은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되기 직전인 13일 종가 21만9,000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 외에도 롯데하이마트(071840)(-7%), 롯데지주(004990)(-4%), 롯데칠성(005300)(-2.8%) 등이 13일 이후 주가가 떨어진 상황이다. 법정의 실형 선고와 이후 신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직 사임 등이 맞물리면서 롯데그룹 주가에 불확실성이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이 부회장 구속에도 주가가 오른 삼성전자와 같이 롯데그룹도 총수 부재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기대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선두권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호황을 톡톡히 누린 삼성전자와 달리 국내 대표 내수기업인 롯데그룹은 올해 특별한 주가 상승 모멘텀이 없기 때문이다. 총수 구속 후 주가 흐름을 보아도 삼성과 롯데의 차이는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17일 이재용 부회장 구속 당일 0.42% 하락했다가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빠르게 본래 가격을 회복했다. 반면 롯데그룹 대표주인 롯데쇼핑은 신 회장 판결 다음날인 14일 2.28%가 떨어진 것을 비롯해 20일에는 3.21%나 하락하는 등 반등의 기회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내수기업인 롯데가 신 회장 구속으로 정부 정책 차원에서 악재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 주가가 정체됐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면세점 사업에서 관세청은 그동안 신 회장이 최종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 내 면세점 특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중국 롯데마트 매각 작업이 총수 부재로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롯데그룹의 경영 위기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총수 부재가 롯데그룹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도 우려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431억원으로 실적 측면에서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으로 부진했던 지난해 5,883억원보다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롯데쇼핑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 정권에 대한 신 회장의 뇌물 혐의가 불거진 지난해 중순부터 지속적인 하락세다. 올해 들어서도 1월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630억원이었는데 2월 들어 하락했다. 앞으로 신 회장의 구속이 길어지면 더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재개되는 양상도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뼈아프다. 형제인 두 사람의 갈등이 폭발한 2015년 당시 롯데그룹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며 요동친 적이 있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