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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환절기’ 이원근, “배종옥·지윤호와 호흡하면서 찍은 영화...신기한 경험”

“‘환절기’는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187센티미터의 큰 키와 맑고 투명한 피부, 보는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특유의 눈웃음으로 등장하는 순간 시선을 빼앗는 배우 이원근.


김태용 감독의 영화 ‘여교사’, 김기덕 감독의 ‘그물’을 통해 스크린에 출사표를 던진 이원근은 최근 드라마 ‘굿와이프’, ‘추리의 여왕’, ‘저글러스’를 통해 연기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영화 ‘환절기’로 돌아온 이원근은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정조를 띠는 배우의 명암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사진=지수진 기자/사진=지수진 기자


지난 22일 개봉한 이동은 감독의 영화 ‘환절기’는 마음의 계절이 바뀌는 순간, 서로의 마음을 두드린 세 사람, 엄마 미경(배종옥), 아들 수현(지윤호)과 아들의 친구 용준(이원근)의 가슴 아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작품. 이동은, 정이용의 그래픽 노블 ‘환절기’를 원작으로 한다.

이원근은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성향을 지녀 정체성에 혼동을 느끼면서도, 담담하게 자신을 받아들이게 되는 청년 용준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환절기’는 강렬하게 감정의 파고를 넘나들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드라마성이 있는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인물들의 감정이 세세하게 쌓이고 쌓이는 감정, 공감하는 마음을 엿보게 하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이원근은 “계속 보게 되는 마법이 있는 영화이다”고 말했다.

“뭔가가 폭발하지는 않지만 여운이 있는 영화입니다. 무언가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계속 보게 하죠. ‘환절기’는 제게도 너무나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 작품이에요.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엄마의 시선을 따라가는 퀴어 영화 영화이다. 그 중심엔 베테랑 배우 배종옥과 신예 이원근이 있다. 또박 또박 대사를 발음하는 친구의 엄마 배종옥, 말 끝을 흐리는 아들의 친구 이원근은 묘한 시너지를 발산한다.

영화 ‘환절기’ 포스터영화 ‘환절기’ 포스터




“밥 먹어요. 갈 데가 없어요. 이런 식으로 말을 흐리는 스타일라고 할까요. 용준이란 인물을 보여주기 위해 애초에 만든 톤인데, 세명의 에너지가 달라서 그런 말투 만으로도 드라마가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원근이 연기한 ‘용준’은 10대 시절 엄마의 자살을 경험하고 큰 상처를 받았다. 그렇게 혼자 외롭게 철저하게 닫힌 상태에서 삶을 보내던 중 친구 ‘수현’을 만나게 된다. 인생의 빛도 없고 탈출구 없던 시절 만난 수현은 용준의 인생에 새로운 빛으로 다가왔던 것.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가장 중요시하게 했던 게 ‘일단 말을 느리게 했으면 좋겠어’ 그 부분이었어요. 용준은 일반적인 친구는 아닌 철저히 외로운 친구라고 봤어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용준이는 상처에 베이고 베여서 새 살이 돋은 게 아닌 계속 피가 난 상태에 있는 친구죠. 새 살이 돋은 친구가 아닌 계속 피를 흘리고 있는 친구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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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이랑 용준이가 어떻게 친해지게 된 건지는 명확히 나오지 않아요. 철저하게 갇혀있던 용준에게 수현이가 다가온 거죠. 그렇게 저도 마음이 열렸어요. 어머니 미경 대사 중에 용준이 오니까 밥도 잘 먹어란 말이 나오는데, 그걸 봐도 두 친구가 서로 상호 작용을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

이원근은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으시는 배종옥 선배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또한 “대사 전달이 아닌 감정 전달에 신경써라”는 말은 두고 두고 많은 배움이 되었다고 한다.

“배종옥 선생님이 ‘우리는 음성이 아닌 감정을 전달하는 사람들’이라면서 대사 전달에 대해서 굳이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셨어요. ‘감정을 전달하는 것 그게 배우고 예술인이다’고 말씀하시는데 훅 맞은 느낌이었어요. 그 말씀을 듣고선 ‘역시 배종옥 선배님’ 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에선 용준, 수현, 미경의 성장 그리고 유사 가족의 탄생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 장면은 이원근이 가장 애틋하게 생각한 장면이기도 하다. 그는 “세 인물의 관계를 모두 정리해주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술을 먹으면서 엔딩 장면을 촬영했는데 재미있었어요. 무엇보다 배종옥, 지윤호 배우와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 잊을 수 없는 경험입니다. 전 그냥 발만 담궜는데도 그 장면이 나왔다는 게 신기해요.”

“마지막 장면을 두곤 각자 받아들이는 게 다를 듯 해요. ‘성장’의 의미는 다들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요. 처음의 미경과 마지막의 미경이 달라요. 엄마로서 수현이를 이해하고, 아들의 친구로 용준을 이해하기 시작하잖아요. 용준 역시 달라졌어요. 그렇기 때문에 세 사람의 성장 이라고 생각해요.”

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데뷔한 이원근은 최근 개봉을 앞둔 ‘괴물들’과 ‘명당’까지 차근차근 작품을 해오고 있다. 그는 특별히 어떤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거나, 어떤 특별한 인물을 소화하고 싶은 꿈을 내보이지 않았다. 그 보다는 “늘 최선을 다하면서 업그레이드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어떤 매력을 보여드리겠다는 말 보다는 늘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늘 제 자신을 채찍질 해요. 쉼 없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게 촬영하면서 배우 스스로에겐 분명 힘들긴 한데 돌이켜보면 재미있어요. 그 결과물이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하면 보람도 느껴요. 물론 제 연기에 한번도 만족한 적은 없지만요.”

그는 최선을 다한 뒤 만족하는 배우라기 보단 죽을만큼 노력하고 다시 한번 ‘성장하는 배우’였다. “배우는 표현하는 방식을 매번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기서 퇴보하고 안일하게 생각한다면 우물안 개구리가 될 수 밖에 없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어떤 배우나, 또 모든 직업을 가진 이들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계속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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