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터리] 국가재정도 민주화가 필요하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




국민들에게 행복을 안겨주던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났다. 가슴만 답답해지는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다시 뉴스의 중심에 등장했다. 여러 혐의가 거론되지만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형성된 국가 예산을 어떻게, 얼마나 사적으로 유용했는지 여부다.

평범한 국민은 평생 벌어도 만져보지 못할 엄청난 액수의 예산이 권력자와 비선실세의 개인 이익을 위해 함부로 사용됐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분노와 배신감을 느낀다. ‘내가 이런 꼴을 보려고 피땀 흘려 번 돈을 세금으로 냈나’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이나 공공정책을 위해 자금을 만들어 관리하고 이용하는 경제활동을 재정이라고 한다. 재정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은 세금이다. 문제는 헌법 제38조에 따라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부담하지만 위법한 재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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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내는 분담금이다. 주권자라는 거창한 말을 꺼낼 필요도 없다. 회사의 주주도 회사자금의 운영상황을 감시할 권리가 있다. 국민이라면 당연히 자신이 납부한 국가운영 분담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아볼 권리가 있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되는 것이 위법한 재정활동에 대한 국민소송이다. 국민소송은 국가기관이 위법한 재정행위를 했을 때 국민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보상금을 받는 제도다. 현재 국회에는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위법한 재정행위에 대한 국민소송법안’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납세자소송에 관한 특별법안’,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재정민주화를 위한 국민소송법안’ 등 여러 건의 국민소송도입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이 법안이 도입되면 국민은 공정성이 담보되는 법적 절차를 통해 재정 투명성을 감시할 수 있게 된다. 행정주체는 소송을 의식해 재정을 더 투명하게 운영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역시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재정의 투명성 확보와 민주화를 위한 국민소송법 도입을 위해 국회와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다.

이 글을 쓰는 책상 위에 ‘연말정산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이 놓여 있다. ‘13월의 보너스’를 꿈꾸며 연말정산 서류를 그렇게 알뜰히 챙겼건만 오히려 근로소득에서 세금을 더 내야 한단다. 욱하니 분통이 터진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근로는 없다. 어떻게 해서 번 돈인데 그 돈으로 낸 세금이 함부로 사용되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세금을 낼 거면 제대로 쓰이도록 감시하기 위해 국민소송법안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본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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