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낳은 세계적 음악가인 고(故) 윤이상 선생의 유해가 23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윤 선생의 귀향으로 그를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가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플로리안 리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독일문화원에서 열린 ‘2018 통영국제음악제’ 사전 간담회에서 “살아생전 선생의 바람대로 통영 앞바다 내려다보이는 곳에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찾게 됐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리임 대표의 설명대로 지난 1995년 11월 독일 베를린에서 타계한 윤 선생의 유해는 최근 그의 고향인 경남 통영으로 돌아왔다. 윤 선생이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묻힌 지 23년 만이다. 현재 통영시추모공원 내 공설봉안당에 임시 안치된 유해는 오는 3월30일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에 맞춰 이장식을 개최할 계획이다. ‘통영의 바다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전 뜻에 따라 윤 선생 묘소는 통영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통영국제음악당 인근 공터에 마련된다. 독일 출신의 리임 대표는 “너무나 위대한 아티스트를 내 나라에서 떠나보내는 것이 슬프기도 했지만 벌써 나는 4년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다시 선생을 모실 수 있어 굉장히 감동적이고 기쁘다”고 말했다.
3월30일부터 4월8일까지 열리는 올해 통영국제음악제는 윤 선생 유해의 이장에 맞춰 ‘귀향(Returning Home)’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우선 스티븐 슬론의 지휘로 보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함께 개막 공연을 꾸민다. 윤이상의 1981년 작품 ‘광주여 영원히’,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선보인다. ‘광주여 영원히’는 일생 동안 고향을 그리워한 윤 선생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초석이 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만든 곡이다.
2013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음악극 ‘세멜레 워크’로 반향을 일으킨 오페라 연출가 루트거 엥겔스는 신작 ‘귀향’을 들고 통영을 다시 찾는다. 음악극 ‘귀향’은 트로이 전쟁 10년과 이후 10년 고난 끝에 고향을 찾은 오디세우스(율리시스)와 윤이상을 교차한다. 몬테베르디 오페라 ‘율리시스의 귀향’에 한국 전통 가곡을 곁들인다.
최근 재발견된 윤이상 관현악 모음곡 ‘낙동강의 시’도 세계 초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며 지난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주가를 높이고 있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도 오랜만에 국내 관객과 만난다. 하노버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윤이상 실내 교향곡 2번 ‘자유에의 헌정’을 연주하며 바이올리니스트 토비아스 펠트만, 첼리스트 양성원, 피아니스트 이효주는 베토벤 삼중 협주곡을 협연한다.
베를린을 근거지로 음악 활동을 한 윤 선생은 1967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조작·과장된 동백림(東伯林)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고초를 겪었다. 이후 국내에서는 이념성향과 친북 논란 등으로 제대로 음악성을 평가받지 못했지만 해외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음악기법 및 사상을 융합시킨 세계적 현대 음악가’, ‘유럽의 현존 5대 작곡가’ 등으로 불렸다. 일부 보수 성향 단체는 최근 통영시에서 집회를 열고 “작곡가 윤이상의 유해를 국내로 송환하는 데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여전한 이념 갈등을 표출하기도 했다. 리임 대표는 “윤 선생은 평생 한반도의 자유와 화해를 위해 싸웠다”며 “그의 고향과 조국, 정체성에 대한 진심 어린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통영국제음악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