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최고경영자를 지낸 프랑스 국적 전문 경영인을 신규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로 했다. 삼성이 지배구조 모범 사례로 주목해온 GE 출신 전문 경영인이 이사회 멤버로 합류하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강조해온 거버넌스 개선과 이사회 중심 경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는 분석이다. 앞서 삼성전자도 한국계 미국인이자 ‘벤처 신화’로 불리는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을 이사진으로 영입했다.
삼성물산은 28일 오전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필립 코쉐(사진) 전 GE 최고생산성책임자(CPO)를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CPO는 전 세계 170여개국에 퍼져 있는 GE 각 사업 부문의 생산과 운영, 서비스, 가격 혁신을 주도하고 이를 통해 사업 경쟁력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된 자리다.
지난 2011년부터 세계적 에너지 기업인 프랑스 알스톰의 발전부문 사장을 지낸 코쉐 전 CPO는 2015년 GE가 알스톰을 인수한 후에는 GE 전사 경영위원회 멤버로도 활동했다. 지난해 10월 GE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존 플래너리 회장에게 직접 대면 보고를 할 정도로 전문성을 갖춘 경영자다.
코쉐 전 CPO의 이사회 합류에는 이 부회장이 강조하는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도 코쉐 전 CPO와 같은 GE 출신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 사장이 이사회 내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 직접 코쉐 전 CPO를 직접 추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코쉐 전 CPO에 대해 “건설·바이오 등 주력사업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코쉐 전 CPO의 삼성물산 사외이사 선임은 단순히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외국인 한 명을 이사회에 넣은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이 부회장이 역사가 오래된 글로벌 기업의 선진 지배구조를 삼성에 이식하고 싶어 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코쉐 전 CPO는 프랑스·독일·미국 유수 기업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일해온 만큼 그들의 의사결정 방식과 지배구조에 익숙해 있다. 삼성물산도 그가 사업뿐 아니라 거버넌스 측면에서 깊이 있는 조언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기로 한 것도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거버넌스를 개선해보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건설부문장에서 물러난 최치훈 사장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겼고 삼성전자 역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이상훈 사장을 이사회 의장에 앉혔다. 이전까지는 모두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도 국적과 성별 관계없이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실천에 옮기겠다”면서 “이사회 중심으로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