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창의성 키우기 나선 기업들]"틀을 깨자" 호칭 파괴..."업무 발굴" 셀프결재도

■근로시간 단축, 이젠 생산성이다 <하>

현대차 디자이너작품 수정 최소화

SKT는 직책 대신 '~님'으로 불러

근로시간 단축은 앞으로 회사의 업무를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시대로 이끌게 된다. ‘자리 지키기’ 식 장시간 근무보다는 짧게 일하더라도 톡톡 튀는 창의적 시스템과 효율적 업무관리가 기업들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최근 들어 사내 호칭을 과감하게 파괴해 수평적 조직구조를 만들어 아이디어 생산을 극대화하고 회사 고위 간부들이 실무진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문화 만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디자인 부문에서 창의력 중심 경영체계 안착에 적극 나서고 있다.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사장이 현대·기아차 디자인을 이끌게 된 후 디자이너들은 업무량이 아닌 창의성으로 경쟁하게 됐다. 실제로 한국·독일·미국에 있는 현대·기아차 디자인센터가 서로 경쟁하는 시스템이어서 야근보다는 창의성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디자이너들의 작품에 대한 경영 분야 고위 임원의 수정 요구를 최소화해 실무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최대한 실제 차량에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자율주행·공유경제 등 자동차가 미래 사업과 어떤 식으로 결합할지 모르는 세상이라 기존의 ‘틀을 깨는 아이디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래 자동차 산업은 그야말로 아이디어 싸움”이라며 “일사불란함을 강조하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개인의 창의력을 존중하는 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회사 내에서 수평적 구조를 통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생산해내기 위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부터 매니저나 팀장 등 기존 직책 대신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방식으로 호칭을 변경했다. 호칭을 매니저로 바꾼 지 12년 만의 변경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조직 내 수평적 문화 구축을 통해 5G 등 통신판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그저 오래 일하기보다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대표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들은 사내 ‘직급별 호칭 파괴’를 시작으로 창의성 향상에 나서고 있으며 이 같은 분위기는 업종을 불문하고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4년부터 직급 제도를 아예 폐지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임원제도까지 없앴다. 신입 직원부터 임원(이사)까지 모두 직책을 떼고 ‘님’으로 부른다. 직원 개인이 알아서 업무를 찾아내고 성과를 내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내 결재의 약 70%는 본인이 신청하고 승인하면 된다”면서 “대부분을 부서장이 승인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에서는 임직원이 서로 부를 때 ‘님’조차 붙이지 않는다. 상대방의 영어 이름을 부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브라이언(Brian)’이고 대표이사인 임지훈 사장은 ‘지미(Jimmy)’다. 물론 이름 뒤에 의장이나 실장 등의 직책도 붙이지 않는다. 1년 차 직원이 사장과 대화할 때도 “지미,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고 표현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수평적 문화를 만들어 창의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도 창의성을 낳는 수평적 조직 문화 조성을 위해 지난해 5월 직급제를 폐지하고 대신 ‘님’을 붙여서 부르는 ‘님문화’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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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정보기술(IT) 서비스기업인 삼성SDS는 그동안 내부적으로만 진행하던 밋업 행사를 지난달에 처음으로 외부에 오픈했다. 개발자들이 업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교류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창의적 영감을 얻고 기술 동향과 인력 동향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삼성SDS의 판단이다.

사내 공간을 이용한 창의성 끌어올리기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1위의 게임사로 올라선 넷마블은 직원들의 창의성 진작을 위해 서울 구로 사옥 건물 20층에 사내 북 카페 ‘ㅋㅋ책방’과 사내 카페 ‘ㅋㅋ다방’, 회의실 ‘ㅋㅋ수다방’을 운영하고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쉬고 이야기할 수 있는 쉼터도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사록·조민규기자 sarok@sedaily.com

한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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