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섬의 날

0215A39   만파




제주도·거제도·흑산도·추자도·진도·남해…. 이들의 공통점은 고려와 조선 시대에 죄질이 무거운 중죄인을 유배 보내던 곳이다. 주로 남쪽 먼 곳에 있는 섬 지역이다. ‘조선왕조실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유배지 400곳 가운데 30여곳이 이런 섬이다. 절해고도로 유배된 중죄인들이 고독한 생활을 문학적 작품으로 남긴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흑산도로 유배 가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도감인 ‘자산어보’를 남긴 정약전, 유배지 제주도에서 추사체를 완성하고 국보 180호 ‘완당세한도’ 등 많은 서화를 후세에 전한 김정희와 보길도의 윤선도 등이 대표적이다. 남해로 유배된 김만중은 그곳에서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쓰며 생을 마쳤다. 이들 남쪽 섬 지역은 왜구의 노략질이 심해 조선 고종 때까지 섬 주민을 육지로 집단이주시키는 ‘공도(空島)정책’이 시행되기도 했다.


섬 하면 이처럼 유배자가 남긴 문화자산이나 유적, 생태·관광 자원을 떠올리기 쉽지만 지하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섬 지역에 매장돼 있는 광물은 40여종이나 될 정도다. 백령도의 철·석회석과 완도군 일대 섬의 고령토와 규사, 보령시 월산도 등의 사금·사철·세슘 등이다. 특히 무안과 신안 해안·해저에 분포하고 있는 규사는 반도체의 원료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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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쓸모가 많은 섬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사정은 열악하다. 교통과 교육·의료가 불편하고 먹고살 거리가 적어 주민들이 떠나고 있다. 도서문화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6년 새 22개 섬이 무인도화되면서 1만명 이상이 섬에서 짐을 쌌다. 현재 우리나라의 섬 3,348개 가운데 약 86%인 2,876개가 무인도다. 최근 들어 영토로서의 중요성이 부각되는데도 섬이 외면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엊그제 결실을 얻었다. ‘섬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도서개발 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기념일은 매년 8월8일로 정해졌는데 ‘8’의 형태가 섬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8=∞) 발전 가능성을 상징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첫 기념행사는 내년에 치러진다니 이를 계기로 섬의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고 미래 성장을 이끄는 도약의 거점이 되기를 바란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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