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가

MB정권 몰락과 함께...비극의 터널로 들어서는 금융 4대 천왕

잘 나가던 '고소영' 정부 실세

이팔성·김승유·어윤대·강만수

금융당국도 어쩌지 못했는데

최근 MB비리 연루 의혹 잇따라

검찰 칼끝 금융권으로 번질수도



이명박(MB) 정부 때 ‘4대 천왕’으로 불리며 금융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발단은 이 전 회장이 MB 측에 인사청탁 대가로 22억원을 전해줬다고 알려지면서다. 4대 천왕과 MB와의 관계는 물론 4대 천왕의 당시 영향력 등을 감안하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될수록 이들의 ‘과거’가 새삼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이 압수한 이 전 회장의 메모와 비망록에는 지난 2007년부터 2011년 2월까지 인사청탁 대가로 이 전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 변호사에게 14억5,000만원, 형인 이상득 전 국회의원에게 8억원 등 22억원가량을 뇌물로 건넸다는 정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MB와의 관계가 돈독했던 이 전 회장이 이 같은 거액을 줬다는 것 자체에 놀라워하는 분위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 돈을 주고받을 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돈거래와 같은) 그런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 놀랍다”며 “검찰 수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2년 선후배 사이로 2004년 우리투자증권 사장에서 물러난 뒤 야인으로 있다가 이 전 대통령의 제안을 받고 그 이듬해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에 올랐다. 2007년 대선에서는 상근특보를 지냈다. 이러한 친밀도를 넘어 이 전 회장이 정부가 최대주주였던 우리금융지주에서 사상 첫 연임 회장으로 기록됐던 것은 이번에 검찰 수사로 일부 밝혀졌듯이 ‘보은인사’에 대한 금품청탁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4대 천왕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알력과 긴장관계는 존재했다. 2011년 강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로 가려고 했지만 이 전 회장의 연임이 이미 결정돼 강 전 회장이 산은 회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 과정에서 강 전 회장이 상당히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이 전 회장은 연임에 성공하면서 우리금융 계열사와 출자 기업의 인사까지 쥐락펴락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 전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 재임 시절 이 전 대통령에게 22억원을 전달했고 이 가운데 8억원이 성동조선에서 흘러나온 정황이 포착돼 금융권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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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 회장은 ‘킹만수’ ‘리만브러더스(이명박+강만수에 형제를 뜻하는 브러더스(brothers)를 합성한 단어로 형제와 같다는 의미)’로 불릴 정도로 금융권 실세였다. 이 같은 단면을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당시 산은은 강만수 회장의 급여가 시중은행보다 낮다며 인상을 추진하다 여론의 비판으로 무위로 끝났다. 금융당국 아래에 있는 산은이 회장의 급여를 마음대로 인상하겠다고 나선 것인데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정도로 강 전 회장의 파워는 막강했다. 강 전 회장은 소망교회로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어 MB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하지만 지금은 산은 회장 당시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유죄가 인정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위세도 강 전 회장 못지않았다. 하나·외환은행 합병작업 당시 김승유 회장이 금융당국 수장이던 김석동 위원장을 명동 은행연합회로 호출해 합병 관련 얘기를 나누곤 했다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일화도 있다. 전직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4대 천왕이 김 위원장을 대우해줬지만 비공식 자리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며 “오히려 금융당국 수장이 4대 천왕의 눈치를 살필 정도였다”고 말했다. 더구나 김 전 회장은 밤에도 청와대에 자주 들어가 MB를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문이 확대되면서 김 전 회장의 영향력은 점점 커졌다고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사람들을 만날 때 밖에서 전화를 하고 와서는 ‘VIP와 통화하고 왔다’고 자주 말했다”며 “김 전 회장과 강 전 회장의 영향력은 1~2위를 다툴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도 막역한 사이여서 검찰수사의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이 최근 돌연 일본으로 출국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측근들은 “일본 고령화 사회 대응 전략을 둘러보기 위해 일본에 임시거처를 만들어 6개월 이상 장기 체류하는 것”이라며 세간의 의혹에 선을 긋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금융당국이 하나금융 지배구조 문제를 겨냥하자 김 전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주목을 받았다.

어 전 회장은 MB가 대선을 치를 때 고대 동문들을 결집시켜 표로 밀어줬다는 사실 때문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 전 회장은 교육부총리에 가려고 했지만 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했다. 이후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거론될 당시 “여기 (KB금융 회장으로) 가는 것은 VIP에게 얘기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당당했다. MB 정부 당시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던 4대 천왕 가운데 이 전 회장의 비리가 가장 먼저 불거지고 있다. MB 수사가 확대되면 어떤 식으로든 나머지 천왕들에게도 ‘비극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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