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도 당뇨병 등 만성질환처럼 관리해야 하는 시대다.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조기에 발견돼 완치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대신 치료 후 3개월,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예후 관리를 받는 게 중요해졌다.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 ‘비비비’는 이를 위해 일상생활 속에서 피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최재규(사진) 비비비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올해 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암 진단 바이오 센서의 임상을 진행한다”며 “피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하는 바이오 센서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발 중인 암 진단 바이오센서는 혈액으로 진단할 수 있는 모든 암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한국인들이 많이 걸리는 간암, 위암, 난소암이 주요 대상이다.
최 대표는 “난소암은 암 종양이 혈액을 타고 흘러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거나 종양 자체가 스스로 퍼지면서 전이되는 위험한 암”이라면서 “바이오 센서를 통해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암 진단 검사는 다량의 혈액을 뽑아 별도로 마련된 검사실에서 원심 분리를 거쳐 관련 바이오마커(몸속 변화를 알아내는 지표)를 확인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원심분리기로 분리하는 작업에만 보통 20여 분이 걸린다.
최 대표는 “개발 중인 진단 센서는 신용카드의 절반도 안되는 크기에 피 한 방울만 떨어트리면 3분도 안 돼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며 “소량의 피에서 혈장을 완벽히 분리해내는 원천 기술을 개발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비비비의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비비비는 미 항공우주국 에임스 연구센터(NASA Ames Research Center)에 입주해 우주 환경에 적합한 체외진단 키트 개발 논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NASA에는 비비비처럼 입주한 스타트업이 10곳도 채 안 된다. 최 대표는 “우주는 중력도 없고 온도, 습도도 지구와 다른 만큼 지구의 인허가 프로세스를 그대로 따르기 힘들다”면서 “우주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는 어느 나라 기준의 규제에 부합해야 하는지 등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2014년 설립된 비비비는 지난해 매출 60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을 기록했다. 창업 후 첫 흑자다. 암 진단 바이오 센서를 개발하기에 앞서 당뇨 혈당 측정기 등을 개발해 판매해왔다. 그는 “암 진단 바이오 센서 외에 심근경색 진단 센서도 개발해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라면서 “2020년까지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글로벌 진단 업체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