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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속국 민주주의론] "천황 위에 워싱턴"...뿌리깊은 日의 대미종속

■우치다 다쓰루·시라이 사토시 지음, 모요사 펴냄



국제질서는 냉혹하다. 나라 간의 동등한 관계는 이상(理想) 속에서나 존재하는 개념이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그에 걸맞은 처세법을 익혀야 한다. 강대국은 자신보다 더 강한 나라의 발밑에 바짝 엎드리고 약소국은 자신보다 힘없는 국가를 짓밟아야 생존을 도모할 수 있다.

‘속국 민주주의론’은 일본의 뿌리 깊은 대미종속의 역사를 파헤친 대담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좌파 논객 우치다 다쓰루와 주목받는 젊은 정치사상가인 시라이 사토시가 대담자로 나섰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메시지는 명쾌하다. 도발적인 책 제목 그대로, 일본은 미국의 속국이나 다름없으며 ‘속국화’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책은 지난 2015년 아베 신조 정권이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미국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안보 관련 법안을 밀어붙인 사례를 들춘다. 당시 의회를 통과한 안보 법안은 ‘설령 일본이 공격받지 않아도 동맹관계를 맺은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무력을 이용해 반격할 수 있다’는 집단적 자위권을 핵심으로 한다. 법 통과 이전까지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의 방위 전략 강화를 목적으로 일본 정부에 줄기차게 관련법 개정을 압박했다. 시라이는 “일본의 천황 위에 워싱턴이 군림하면서 워싱턴이 사실상 천황이 돼버린 상황”이라고 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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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70년 넘게 흐른 오늘까지 미군기지가 일본에 남아 있다는 사실도 일본이 미국의 속국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련의 몰락으로 동서 냉전 구도가 사라지면서 일본의 미군기지는 전략적 의의를 상실했다. 이 때문에 오키나와의 미군기지는 그럴듯한 훈련 한번 제대로 하지 않고 변변찮은 비행기 한대조차 갖고 있지 않다. 우치다는 “쓸데없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특권의 본질”이라며 “무용(無用)한 미군기지의 현존은 미국이 ‘속국 일본’의 종주국이라는 사실을 압도적으로 어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이처럼 불편한 현실에 눈감고 침묵한 채 ‘일본은 당당한 주권국가’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주권이 없는데도 ‘있다’고들 하고, 모두가 그렇다고 믿는 척하는 한 주권을 탈환할 방법은 없다. 국가주권이 없다는 것을 전제해야 ‘어떻게 주권을 탈환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물음이 분명해진다.” 1만6,500원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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