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MB소환 초읽기에 다시 주목 받는 금융 4대 천왕

강만수 이팔성 김승유 어윤대

MB와 학연.지연 얽혀 실세로

최근 이팔성 연임로비 의혹에

김승유, 어윤대 등도 함께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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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명박(MB) 전 대통령 측에 인사청탁 대가로 22억원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2009년 한국거래소 이사장에서 중도 사퇴한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이 2일 “당시 내가 중도사퇴한 것도 이 전 회장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이 전 회장을 포함한 MB정부 금융권 ‘4대 천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전 회장과 함께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소망교회와 학연, 지연 등으로 얽혀 ‘4대 천왕’으로 불리며 금융권 실세로 통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지난 2009년 한국거래소 이사장에서 중도 사퇴한 이유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로비였다고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이 사장은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시작하는 글을 올려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 다음달인 3월 거래소 이사장으로 선임되자마자 사퇴하라고 온갖 압력을 받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사장은 거래소 이사장 취임 이후 정권과의 코드 논란 속에 갈등을 빚었다. 검찰과 감사원 압박 속에 이 사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년7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 사장은 “2009년 1월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고, 같은 해 10월 저는 ‘꽥’ 소리를 지르고 사퇴했다”며 “지금 와서 보니 결국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한테 뇌물을 갖다 바친 로비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2년 선후배 사이로 2004년 우리투자증권 사장에서 물러난 뒤 야인으로 있다가 서울시장이던 이 전 대통령의 제안을 받고 그 이듬해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에 올랐다. 2007년 대선에서는 상근특보를 지냈다. 이러한 친밀도를 넘어 이 전 회장이 정부가 최대주주였던 우리금융지주에서 사상 첫 연임 회장으로 기록됐던 건 이번에 검찰 수사로 일부 밝혀졌듯이 ‘보은인사’에 대한 금품청탁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22억원 중 8억원은 성동조선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져 이 전 회장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전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을 맡으면서 기업과 MB를 잇는 ‘도관’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강 전 회장도 관심이다. ‘킹만수’ ‘리만브러더스(이명박+강만수에 형제를 뜻하는 브러더스(brothers)를 합성한 단어로 형제와 같다는 의미)’로 불릴 정도로 실세였던 강 전 회장은 소망교회로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어 MB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하지만 지금은 산은 회장 당시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유죄가 인정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우리금융 회장 자리를 놓고 이 전 회장과 갈등했던 이야기는 금융권에서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2011년 강만수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로 가려고 했지만 이 전 회장의 연임이 이미 결정돼 강 전 회장이 산은 회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강 전 회장이 상당히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4대 천왕 사이에서도 경쟁과 알력이 존재했는데 강 전 회장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밀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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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 회장과 이 전 회장이 이미 비리혐의로 구속됐거나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과 달리 김승유 전 회장과 어윤대 전 회장은 아직은 영향권 밖에 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도 막역한 사이여서 조만간 검찰수사의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이 최근 돌연 일본으로 출국한 걸로 전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세간에서 4대 천왕으로 불릴 당시 김 전 회장은 밤에도 청와대에 자주 들어가 MB를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문이 확대되면서 김 전 회장의 영향력은 점점 커졌다고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사람들을 만날 때 밖에서 전화를 하고 와서는 ‘VIP와 통화하고 왔다’고 자주 말했다”고 회고했다.

어윤대 전 회장은 MB가 대선을 치를 때 고대 동문들을 결집시켜 표로 밀어줬다는 사실 때문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거론될 당시 “여기 (KB금융 회장으로) 가는 것은 VIP에게 얘기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당당했다.

이처럼 MB정부 당시 4대 천왕은 금융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렀고, 박근혜 정부로 바뀐 뒤 2013년 2월 김승유 전 회장을 시작으로 연이어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4년에 금융감독원이 4대 천왕을 정조준 해 고강도 조사를 벌였지만 경징계에 그쳤다. 이후 이 전 회장은 지난해 법무법인 김앤장 상임고문으로 영입되며 3년 만에 복귀했고, 김 전 회장도 지난해 한국투자금융 고문으로 금융권에 돌아왔다.

이런 와중에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금융권 실세로 불렸던 4대 천왕이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 전 회장이 뇌물을 준 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과 금융지주 회장을 놓고 벌인 거래”라며 “그 시절 금융지주 회장 등을 대상으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각종 의혹을 파헤치는 사이 MB와 운명을 같이했던 금융 4대 천왕도 하나 둘 새로운 파고를 맞고 있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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