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문화

[SE★인터뷰②]‘킹키부츠’ 이석훈, “마약 같은 뮤지컬...못 빠져 나갈 것 같아”

“가수 이석훈의 익숙함을 깨는 게 제 능력이고 숙제”

“좋은 사람보단 편안한 사람·부담 없는 사람이 됐으면”


SG워너비 멤버 가수 이석훈이 뮤지컬 무대에 도전했다. ‘킹키부츠’ 오디션 무대를 본 오리지널 연출가 제리미첼에게 “love him(러브 힘)”이라며 찬사를 받은 이석훈은 롤라를 통해 세상과 맞서는 법을 알게 된 감성캐릭터 ‘찰리’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세계적인 팝스타 신디 로퍼를 비롯해 제리 미철, 하비 파이어스틴 등 브로드웨이에서 내로라하는 스태프들이 뭉친 뮤지컬 ‘킹키부츠’는 2014년, 2016년에 이어 한국에서의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킹키부츠’는 파산 위기에 빠진 아버지의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이석훈·김호영·박강현)가 편견에 맞서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유쾌한 여장남자 ‘롤라’(정성화·최재림)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감성캐릭터 ‘찰리’와 외면과 내면 모두 높은 싱크로율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설득시킨 이석훈을 만났다.

가수 이석훈 /사진=조은정 기자가수 이석훈 /사진=조은정 기자


Q. 뮤지컬 배우 이석훈씨라고 불러야 할 듯 하다.

A. 뮤지컬 작품을 하고 있으니까 뮤지컬 배우가 맞긴하다. 어색할 뿐이죠. 연예인 되고 나서 처음으로 사인해준 느낌이랄까. 사인 해달라고 팬이 왔는데 ‘사인 없는데요’ 이런 느낌인 거죠.

Q. 큰 기대? 없이 봤다가 석훈씨 공연을 보고 놀라는 관객들을 많이 봤다.

A. 제 공연을 보고 놀라는 반응은 맞는 것 같다. 익숙함이란 게 굉장히 무서운거죠. 가수 이석훈으로 10년 동안 노래했고, 달달한 노래 부르는 편안한 가수였는데, 뮤지컬 무대에서 강한 노래를 부르질 않나. 또 울면서 부르기도 한다. 연기까지 하니 익숙하지 않으신 듯 하다.

그것을 깨는 게 제 능력이고 숙제라고 생각했다. 저는 그런 익숙함을 깰 자신이 있어서 뮤지컬에 도전했다. 보셨으니까 평가하는 건 제가 왈가왈부 할 문제는 아닌데, 아직까진 못한다는 말은 안 들었다. 혹여나 싫은 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힘들어하거나 그렇진 않는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가 힘들어지니까. 오랜 시간 활동하면서 깨우친 점이다.

Q. 연습량이 어마 어마 한 듯 보이더라. 방송 활동과 병행 하느라 쉽지 않았을텐데

A. 일정이 많지도 않았고, 뮤지컬 배우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연습을 못하진 않았다. 작년 7월에 오디션을 보고, 거의 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개인 연습 기간까지 합치면 7개월 가까이 연습에 공을 들였다. 부족하다고 판단이 되니까 더 연습에 몰두했다. 다른 분들처럼 잘하고 그랬으면 안 했겠죠. 제가 부족하다는 걸 잘 알았고, 제 자신에게 만족하는 편이 아니에요. 계속 하는거다. 몸에 배어있어서 툭 치면 바로 나올 정도로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대사가 기억이 안 나 ‘어떡하지’ 했는데, 입이 먼저 나오는 순간을 경험 한 적이 있다. ‘좋아’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러나 보다고 생각했다.

Q. 연기는 처음인데 따로 트레이닝을 받았나?

A. 심설인 (한국)연출에게 가르쳐 달라고 해서 배웠다. 안무적인 건 라이선스랑 똑같이 해야 한다고 해서 그대로 연습했다. 몸이 그렇게 굳어있는 편은 아니라서 춤 추는 게 어렵진 않았다.

뮤지컬 ‘킹키부츠’ 찰리(김호영, 이석훈, 박강현), 로렌(김지우), 니콜라(고은영)뮤지컬 ‘킹키부츠’ 찰리(김호영, 이석훈, 박강현), 로렌(김지우), 니콜라(고은영)






Q. 뮤지컬 하는 맛을 조금씩 느껴가고 있는 듯 하다.

A. 그들과 같은 마음인지 모르겠는데, 느꼈다. 나도 모르게 1막이 끝나있을 때 느꼈다. 내가 오롯이 찰리가 됐던 순간, 너무 기분 좋았다. 뮤지컬을 많이 보던 사람이 아니라서, 뮤지컬 공연마다 관객이 이렇게 차고 커튼콜 때 맨날 관객들이 기립해주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킹키부츠’란 작품이 좋아서 그런거고, ‘킹키부츠’ 무대에 오른 배우들이 잘 해서 그런 것이다는 말을 듣고는 기분이 남다르더라. 너무 기분 좋아하니까, 같이 하는 배우 선배님들이 ‘한번 들어왔으니 못나간다. 이게 마약 같은 거다. 넌 뮤지컬 무대에서 다시 못 빠져 나간다’ 고 말하시더라. 조금씩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Q. 옥주현, 김준수씨 이어 뮤지컬 무대에서 자주 봤음 하는 가수 출신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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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겸손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막강한 티켓파워를 가지고 있는 분이다. 전 뮤지컬이 처음이고, 솔직히 그렇게 많은 팬이 있는 가수도 아니다. ‘뮤지컬을 계속 해야지’ 그런 말도 지금은 자신 있게 할 수 없다. 되게 겁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들이 싫었다. ‘가수가 뮤지컬 무대에 와서 잘 해야지. 아니다’ 그런 이야기를 안 듣게 하는 게 가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자존심이다. 잘 하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나중에 옥주현, 김준씨 만나게 되면 배워야죠. 왕래가 한 번도 없었던 선배분들이다. 옥주현 선배님은 잠깐 같은 회사에 있었는데, ‘안녕하십니까’ 딱 한번 인사한 적 있다. 김준수씨는 나보나이는 어린데 가수 선배님이시다.

Q. 2개월이 넘는 장기 공연이라 체력 관리에도 신경 쓰고 있겠다.

A. 체력 관리를 엄청 하고 있다. 대신 운동은 못하고 있다. 운동까지 하면 못 버틸 것 같다. 여러 가지 좋은 것을 먹는 것으로 관리하고 있다. 와이프가 대추 인삼차를 항상 끓여줘서 대기실에서 나눠 먹고 있다. 밀크 시슬이 간 건강 피로회복에 좋다고 해서 챙겨먹고 있다. 공연장 오면 밥 한번 더 먹고 다른 것도 엄청 많이 먹는다 .공연 중엔 1막 끝나자마자 바나나 2개랑 비타민 앰플을 먹는다. 그래야지 ‘소울 오브 어 맨’(The Soul of a Man)넘버 까지 버틴다. 기관지가 안 좋아서 계속 가글하고, 식염수도 넣고 있다.

Q. 공연이 없는 날은 무조건 쉬면서 체력 보강을 하겠다.

A. ‘집 밖은 위험해’ 주의라서 집 근처에서 아내랑 좋은 것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아내가 임신 중이라 집안 정리 및 여러 가지 일도 도와준다. 아내도 아직 내 공연을 한 번도 안봤다. 아직은 자신이 없어서 지인들이 아예 안 왔으면 한다. 호영이 형은 사돈에 팔촌이라도 불러서 vip에 초대하더라. 난 무조건 ‘오지마’라고 말하고 있다. 저를 모르시는 분들은 오면 좋죠. 작품 메시지도 좋으니까.

Q.늘 생각하고 있는 꿈이 있다면?

A. 삶의 모토 라고 말하기 보단, 늘 생각하고 있는 꿈이 ‘건강하고 행복하자’ 이다. ‘꿈’에 대해 말 할 때 그 말을 가장 많이 쓴다.

가수 이석훈가수 이석훈


가수 이석훈가수 이석훈


Q. 가수 이석훈 외에도 좋은 사람 이석훈으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도 있나?

A. 전 좋은 사람은 아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는 이야기할 수 있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다고 제가 나쁜 사람은 아니다. 닮고 싶은 좋은 사람도 있다. 어쩜 저렇게 남을 배려하고 좋은 성정을 가졌을까 싶은 사람. 아직은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남보다 제가 더 소중하고, 다른 사람보다 제 주변 사람이 소중하고 그렇다. 좋은 사람보단 편안한 사람, 부담 없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Q. 꼭 해보고 싶은 뮤지컬 작품이 있다면?

A. 2015년 겨울 제대 후, 뉴욕에 혼자 여행 갔을 때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재미있게 봤다. 너무 좋다고 느꼈다. 그래서 ‘레미제라블’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아직은 조심스럽다. 한국판으로 보진 못했다. (‘킹키부츠’를 함께하는 정성화씨가 ‘레미제라블’ 주인공을 했다. 한번 오디션이든 물어보면 되겠다)아. 그 생각을 하진 못했다.



Q. ‘킹키부츠’를 보고 간 제작사들이 다른 뮤지컬 작품 콜을 많이 할 것 같다.

A. ‘킹키부츠’ 배우들이 다른 뮤지컬 안 들어왔냐고 물어보기도 하더라. 관계자들이 엄청 보고 가서, 나에게 제안을 할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모르죠. 많이 들어오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우선은 ‘킹키부츠’를 잘 끝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다작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좋고, 의미 있고,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노래도 그렇게 해 왔으니까.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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