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中 올 6.5% 성장"…習, 경제 안정 열쇠로 장기집권 문 연다

무리한 성장 치중보다 '바오류 시대' 안착 재확인

재정적자 목표도 줄여 경제 리스크 사전차단 의지

리커창 "美 보호무역 반대"…통상분쟁은 격화 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이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이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올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6.5%로 제시했다. 미국과의 무역분쟁에서는 중국의 이익을 단호하게 지키기 위해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현대판 중국 황제를 꿈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안정 속 성장을 유지하며 자신의 집권 연장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경제 리스크를 최대한 피하는 동시에 절대권력을 더욱 강화해 세계 최강국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리더십을 적극 부각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리한 성장률 고삐 조이기 대신 안정 기조 재확인=당초 글로벌 금융가 일각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올해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국내총생산(GDP) 목표를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중국 당국은 지난해 실제 경제성장률 달성치인 6.9%보다 낮은 6.5% 수준의 중속 경제 성장률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내놓은 성장률 목표치와 같은 수준으로 시진핑 지도부가 무리하게 성장의 고삐를 조이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목표치를 제시해 성장 목표 이탈에서 오는 충격을 피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해 미국의 통상압박 속에서도 당초 목표를 웃돈 6.9%의 성장률을 달성한 만큼 올해도 최소 6.5%라는 중속 성장 목표이자 제13차 5개년계획(2016~20년) 장기 성장률 목표의 마지노선은 충분히 유지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금융가에서는 지난해 세계 경제 비중의 15%인 82조7,000억위안에 달한 중국 경제의 덩치를 감안할 때 6.5% 성장 속도 유지가 힘겨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세계은행(WB)은 수출 둔화와 기업 부채 부담 등의 우려로 중국의 경기 하향 추세가 뚜렷한 만큼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각각 6.4%, 6.3%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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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리스크 예방에 주력…무역분쟁 암운은 짙어져=이번 전인대 업무보고에서는 자칫 중국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경제와 금융위기 요소는 아예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분명히 드러났다. 중국 지도부는 우선 그동안 시 주석이 강조해온 공급 측면 구조개혁과 금융위험 완화에 힘을 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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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에서 올해는 재정적자 폭도 지난해보다 크게 줄인다. 중국 지도부는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목표를 지난해(3%)보다 낮은 2.6%로 제시하며 재정안정 의지를 내보였다. 재정적자 확대 및 무리한 경기 부양에서 오는 거품 확대와 이에 따른 위기 발생 가능성을 예방하겠다는 조치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3%와 도시 신규 취업자 수 1,100만명 달성, 도시 실업률 5.5% 이내 통제 계획 등 세부적인 경제사회 정책 목표도 지난해와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어서 급격한 변화를 피하겠다는 색채가 짙다.

다만 미국과의 무역분쟁 가능성은 한층 짙어졌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날 정부 업무보고에서 미국을 겨냥해 “중국은 평등한 협상을 통해 무역분쟁을 해결할 것을 주장한다”며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하며 합법적인 권익을 결연히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전인대에서 공개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미국과의 마찰은 한층 고조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점 찍는 시진핑 절대권력=베이징 정가와 금융가에서는 이날 전인대 개막식의 최대 하이라이트로 단연 시진핑 1인 지도체제와 절대권력 강화를 꼽았다. 5년 전 시 주석과 경쟁관계였던 리 총리는 이날 중국중앙(CC)TV 등을 통해 중국 전역에 생중계된 업무보고의 서두에서 “복잡한 국내외 정세 아래에서도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은 인민들을 단합 인솔하고 정진해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새 국면을 열었다”고 말하며 시 주석 중국 천하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리 총리는 시진핑의 이름을 6차례 거론했지만 올해는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이날 업무보고 연설에서 ‘시진핑’과 ‘시진핑 사상’을 각각 6차례와 5차례 등 모두 11차례나 언급했다. 데이비드 샴보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이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시 주석의 권력 집중과 중국 집단지도 체제 해체는 과거 40년간 중국 정가 전통을 허무는 것이며 중국 미래에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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