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은 지난 70년간 전쟁의 폐허에서 국토를 재건해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오일쇼크와 IMF 외환위기 등 국가적 위기마다 사막의 모래바람에서 외화를 벌어들여 재난 극복을 이끈 효자산업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이는 건설산업을 투명하지도 않을뿐더러 안전사고나 내는 산업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 따가운 시선에 이제 건설산업이 안전으로 응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건설인들의 노력과 분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건설산업 내부를 들여다보면 건설인들만의 노력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너무도 높은 장애물이 존재한다. 건설 업체를 압박하는 공사비와 관련된 구조적 문제가 바로 그 장애물이다. 공사비가 부족해 공사를 하면 할수록 적자가 커져 하루하루 기업을 연명하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건설인들만의 각성으로는 안전이 제고될 수 없다.
예산편성 단계부터 설계와 동떨어진 낮은 편성과 이에 맞춘 무리한 공사비 산정, 저가경쟁을 유발하는 입·낙찰 기준과 불공정한 계약조건들이 복합적으로 건설산업을 끝이 보이지 않는 미궁에 빠뜨리고 있다.
또 발주기관들은 예산 절감이라는 조달행정의 목표 달성을 위해 공사비 삭감 등의 각종 불공정 관행으로 수주에 급급한 건설 업체에 위험을 전가하고 있다. 건설산업에서의 안전 위험은 정부조달제도와 발주기관의 불합리한 관행에서 싹트고 있는 것이다.
낮게 산정된 공사비를 당연시하는 공공 공사비 산정 체계와 입·낙찰 제도, 발주기관의 불공정한 관행을 시정하지 않은 채 건설 업체들의 잘못으로만 치부한다면 건설산업과 건설현장의 안전은 결코 이 미궁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 모두의 피해로 이어진다.
부실공사와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적정 비용이 뒷받침돼야 한다. 저가 낙찰은 시공 품질과 안전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안전은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공사비 정상화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한다.
시공사, 건설 장비 및 자재 업체, 근로자 등 건설산업에 몸담고 있는 모든 계층에서 오랫동안 한결같이 외치고 있는 공사비 정상화에 대한 절박한 외침에 이제 정부와 발주기관이 책임 있는 해답을 내놓아야 할 때이다.
춘삼월, 새봄은 왔으나 건설현장에서는 아직 봄이 까마득히 멀기만 하다. 지하 터널 굴착 현장에서도, 수십 미터 고공의 타워크레인에서도,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에서도 따뜻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새봄과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