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OECD리포트] 에너지 문제 해결 위해 건물에 주목하는 OECD

박정호 KDI 경제정보센터 팀장

온실가스 감축효과 큰 '냉난방 시스템 개조' 등 집중

박정호 KDI 경제정보센터 팀장




국내에서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이슈가 산업 전반에 가장 큰 화두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혁명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간 에너지 수급 문제가 경기침체와 저유가 기조 지속으로 수면 아래에 놓여 있었지만 최근 국제 경기 활성화와 보호무역 기조로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화두는 단연 신재생에너지입니다. 신재생에너지는 보호무역과 통상마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의 유효한 대안일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먼저 이 분야에서는 그 어떤 분야보다 개도국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점입니다. 비OECD 국가들이 주를 이루는 개도국은 아직 기존 화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전 세계 발전의 40%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은 OECD 회원국은 감소 추세지만 비회원국들은 오히려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석유 소비 역시 지난 2014년을 기점으로 비OECD 국가들의 소비량이 OECD 국가 소비량을 역전했습니다. 개도국들은 전력수요 급증, 전원 다양화, 지역적 오염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에 현재 세계 신재생에너지 증가분의 3분의2는 개도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경우 세계 신재생에너지 용량 증가분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수치는 영국의 총 전력발전의 3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인도에서는 태양광·풍력 부문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성장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고 기타 아시아 지역 개도국들은 수력발전을 중심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브라질·이집트·중동 지역은 비수력 분야의 신재생에너지가 중점 보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반해 OECD 국가들의 전력수요 증가는 정체 상태입니다. 하지만 수명이 완료된 화석연료 및 원자력 전원을 대신해 신재생에너지가 발전용량의 순증가를 견인할 예정입니다. 특히 신규 증설되는 신재생에너지는 하나의 전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풍력·태양광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해 기후변화에 따라 가변적인 형태로 운영할 수 있는 방식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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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국제사회의 또 다른 움직임으로는 신재생에너지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건물 냉난방 부문’이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냉난방 부문(heating and cooling system)은 지금까지 큰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향후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이 매우 큰 분야로 꼽힙니다. 현재 빌딩 및 건축물 냉난방은 최종 에너지 소비의 40%를 차지하며 최대 에너지 소비 부문으로 분류됩니다. 이는 2위를 차지하는 수송 부문이 27%를 차지한다는 사실과 비교할 때 냉난방 부문이 에너지 소비에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 할 것입니다. 또한 냉난방 부문은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는 비중이 70%에 달하며 세계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치들은 작금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선결 과제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 확인시켜 주는 대목입니다.

이를 위해 OECD는 건축물에 대한 에너지 기준을 기존과 같이 에너지효율성(energy-efficiency) 측면에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향후 이를 넘어 에너지 충족성(energy-sufficiency), 신재생에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OECD가 말하는 에너지 충족성이란 과거 건물은 주어진 제약조건으로 그 속에서 에너지 효율성만을 도모했던 개념에서 벗어나 건물 신축 내지 개축 시 건물이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가장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건물 위치, 방향, 자연그늘, 채광, 기후 조건 등을 종합 고려할 것을 권하는 내용입니다. 다시 말해 건축 초기부터 에너지 확보와 유지의 관점을 고려하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OECD의 권고와 함께 현재 OECD 회원국들은 건물 냉난방 부문의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건물의 40%를 에너지 절약형 건물로 개조하기 위해 5,00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며 유럽연합(EU) 역시 에너지 절약형 건물 개조사업을 통해 대략 1,340억~2,250억달러 수준의 경제적 이득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건축물은 한 번 지으면 짧게는 몇십 년 길게는 100년 이상 사용됩니다. 설사 건물의 냉난방 시설을 개조하는 데도 통상 신축 이후 10~15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초기 건축 시 에너지 부문을 고려하는 전략은 그 실효성 면에서 높은 성과가 기대됩니다.

우리나라는 최근 원전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원전 문제에 대한 국민적 판단이 일단락 지어진 후 중장기적인 에너지 수급 문제와 이를 위한 사회적 담론 형성 움직임은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에너지 문제는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확보, 오염 해소, 기후변화 등 다양한 문제와 맞물린 내용입니다. OECD 국가들이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건축물 부문까지 구체적인 담론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지금 어떤 준비가 돼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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