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유리천장 녹인 용접匠 박은혜 교수 "여자 향한 편견 이겨내겠다"

여성 1호 '용접기능장' 박은혜 산업현장 교수

결혼 전 3년 매달려 기술 익혀

엄마 되어서도 야간수업 '열공'

작년 우수숙련기술자 선정 영예

"힘들 땐 즐거움 떠올리며 버텨

소프트 카리스마로 살아낼 것"





세 살배기 첫딸과 연년생으로 태어난 둘째 아들이 이제 막 걸음마를 떼던 지난 2004년, ‘엄마’로 살던 박은혜(45·사진) 산업현장 교수는 결혼 전 배운 용접 일을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박 교수는 ‘용접 기능 전문가’의 꿈을 찾아 한국폴리텍대로 인생의 발길을 돌렸다. 지금이 아니면 도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야간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저녁 무렵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박 교수는 배턴 터치하듯 학교로 향해 수업을 들었다. 남성 고유의 영역으로 알려진 용접 분야였지만 주변의 시선과 편견은 오히려 그의 열정을 불태웠다.


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 교수는 “조금이라도 부족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겠다 싶어 용접 실습이든, 이론 시험이든 더 열심히 잘하려고 했다”며 “따가운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일을 즐기는 사람은 아무도 이길 수 없다고 되뇌며 힘을 내보자고 다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상업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10년간 한양이엔지에서 도시가스 시공 업무를 하다 육아 문제로 용접봉을 내려놓은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육아에 전념하다 일에 대한 열정을 못 이겨 2004년 한국폴리텍대에 입학했고 즐기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그는 당당히 여성 1호 용접기능장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배우는 일에 흥미를 느껴 내친김에 직업훈련교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2015년부터는 여성 최초의 재료 분야 산업현장 교수로 일하며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산업현장 교수는 10년 이상 현장에서 일한 전문 기술자가 보유한 숙련기술을 학교와 중소기업에 전수하기 위해 2012년 도입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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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도시가스 시공회사에 경리직 보조로 입사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는 “도시가스 시공회사에는 배관기술자·용접기술자들이 많았고 그들이 회사의 핵심적 일꾼이었다”며 “스무 살의 패기로 대표에게 무작정 찾아가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 것이 용접기술자로 지금의 내가 있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바로 기술부로 가지는 못했다. 처음에는 견적부에 가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익혔고 이후 자재부와 설계부를 거친 후 비로소 기술부에 입성했다. 박 교수는 “여러 부서를 거치면서 현장과 기술 등 전체를 보는 눈이 생겼다”며 “3년 만에 ‘기술 검토’ 업무를 익힌 덕분에 현장소장을 관리하는 시공관리자로 배치받아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용접 일에 열정을 쏟아온 박 교수는 지난해 우수숙련기술자(준명장)로도 선정됐다. 박 교수의 최종 목적은 기능인의 꿈인 ‘대한민국 명장’이 되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용접 분야에는 여성 기술자 수가 많지 않다”며 “여성을 바라보는 편견에 지지 않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지혜롭게 살아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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