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남북관계 개선-비핵화 속도 따로 놀면 한미동맹 흔들릴수도"

■[서경펠로 전문가 진단] 남북 합의 의미와 향후 과제는

김정은 비핵화 언급 새로운 내용 아냐...섣부른 기대 말아야

北이 말한 군사적 위협 놓고 남북·북미간 해석차 있을수도

美, 북한에 여전히 회의적...정부 '교류 조급증' 빠지면 뒤탈

한미공조 없으면 중재외교 아닌 '중간에 선 외교' 그칠 듯



지난 6일 평양에서 돌아온 대북특별사절단의 보따리에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남북교류 확대, 그리고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4월 말에 개최한다는 굵직한 남북 합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라는 반응과 함께 북미대화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도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남북 합의 내용에 대한 냉철한 분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섣부른 기대감에 대해서도 경계감을 나타냈다.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우리는 물론 북측의 노력도 인정할 만하지만 한반도 평화 정착의 핵심 장치인 비핵화와 북미대화 진전을 위해서는 짚어봐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다. 특히 미국이 여전히 북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교류만 급격히 진전될 경우 한미동맹에 파열음이 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비핵화 언급…새로운 것 아냐”=남북 합의 내용에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천명했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속도가 붙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전문가들은 큰 의미를 두거나 지나친 기대를 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비핵화 관련 내용은 기존에 했던 이야기를 되풀이한 측면이 크다”며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남측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는 기분 나쁜 표현”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합의는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일 수도 있다”며 “이 자신감으로 평화공세를 하면서 국면전환을 해보려는 의지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의 북미대화 의지는 핵보유국 지위로 군축협상을 벌이겠다는 것”이라며 “이미 핵실험을 6번이나 했다. 핵 개발 잠정중단에 강력한 의미 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예상보다 너무 빨라=남북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4월 말 개최하기로 했다. 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를 전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너무 빠른 게 아니냐’는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8~9월 쯤으로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빠른 것은 좀 놀라운 부분”이라며 “북한도 다급한 면이 있지만 우리도 평창 이후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정상회담 카드를 빨리 뽑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역시 “예상보다 빠른 4월 말에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는데 비핵화 북미대화와 남북관계 개선이 속도를 못 맞출까봐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4월 말로 정상회담을 못 박았는데 한미공조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스럽다”며 “두 달도 안 남은 기간에 과연 의미 있는 비핵화 합의, 성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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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 확대 신중 기해야=전문가들은 남북 양측의 노력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반기면서도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비핵화 북미대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명현 연구위원은 “미국은 여전히 북한에 회의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남북교류를 서두르다 보면 한미동맹에 파열음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속도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실장은 “북한이 말한 군사적 위협이 무엇인지에 대해 남북·미북 간에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교수도 한미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교수는 “미국이 어떻게 나오든 간에 굳건한 한미동맹 하에서만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중재외교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강력한 한미동맹이 뒷받침되지 않은 중재외교는 중재외교가 아니라 중간에 서 있는 외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근식 교수 역시 “남북정상회담은 어떤 경우에도 굳건한 한미공조와 비핵화 진전을 전제해야만 가능하고 성과도 낸다”며 “1·2차 정상회담 모두 그랬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강조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은 핵무기가 자위적억제력이라는 기존 입장의 반복”이라며 “모라토리엄 역시 대화 기간 동안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막상 시작될 북미대화에서 복병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비핵화 의지를) 충분한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말해야 한다”며 “그래야 미국도 받아들이고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지난해 11월 말 핵무력이 완성됐다고 선언했고 이제는 경제에 신경 쓸 때라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하며 “이전 대화 국면과 달리 이번에는 우리도 정권 초, 미국도 정권 초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은 있다”고 평가했다.

정영현·박효정·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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