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초보 기자아빠의 '공감육아'] 베이비페어, 득템하거나 지갑털리거나

<5> 육아용품 똘똘하게 준비하려면

지난해 전국서 150여 차례 개최

상품을 한곳서 비교체험 큰 장점

사야 할 물품목록을 미리 만들어

상술에 휩쓸린 충동구매 예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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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이 두 달도 채 안 남은 어느 날 아내와 나는 무언가 허전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 육아서적을 챙겨보고 인터넷을 뒤지며 필요한 물품 리스트를 작성해 보았지만 무턱대고 직접 보지도 않은 아기 물건을 인터넷으로 사기도 찜찜했다. 그렇다고 백화점을 가자니 비싼 비용이 부담이었다. 그래도 뭔가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 낫지 않을까 하던 참에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베이비페어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출산율과는 달리 전시장 안은 딴판이었다. 평일임에도 방문객으로 북적거리며 우리나라가 저출산 국가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지난해 전국에서 개최된 베이비페어가 15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개최 기간이 대체로 3~4일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 2개꼴로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 위축에 따른 불황이 지속하면서 유통업계가 실적 부진을 호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입구부터 수많은 유모차 카시트 업체와 브랜드, 제품의 홍수 속 길을 잃을 것만 같았다. 색깔이나 디자인은 물론 기능에서도 약간의 차이만 있는 제품들이 수십 종에 달했다. 가격도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곳곳에서는 인터넷보다 단돈 1,000원이라도 더 저렴하다는 말과 함께 곳곳에선 예비 엄마 아빠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수많은 업체들이 모여 있는 베이비페어에서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수많은 업체들이 모여 있는 베이비페어에서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너무나 다양한 선택지 앞에 정신이 혼란스러워졌다. 젖병, 기저귀, 아기띠 등 다른 출산용품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린이 보험부터 아이들을 위한 저축상품까지 각종 금융상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금쪽같은 내 새끼를 위해서라면’ 생각하며 눈에 불을 켜기 시작했으나 옆에 있던 아내는 이내 필요 없다며 거듭 말렸다. 혹했다가는 돈 몇백만원 쓰기는 우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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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페어는 직접 물건을 만져보며 눈으로 확인해 품질을 따져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각 부스의 전문가들을 통해 제품의 소재가 무엇인지, 구조는 안전한지 등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 다양한 제품을 한 번에 비교하고 다채로운 육아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장점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국의 부모들이 몰리면서 베이비페어는 국내외 브랜드들의 테스트 마켓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난립하는 베이비페어가 부모들의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기본적인 기능이나 품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디자인만 조금 바꾼 신제품을 지속해서 출시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할인행사를 핑계로 사게끔 부추기는 분위기 등이 지적된다. 또한, 집으로 돌아간 뒤 ‘괜히 샀다’고 후회해도 환불받기가 쉽지 않다. 고장 난 물건의 애프터서비스(AS) 역시 마찬가지다.

베이비페어는 사실 ‘정신 안 차리면 코 베어 가는 마케팅의 장’이라고 한 전문가는 말했다. ‘내 아이는 최고로’ 생각에 알뜰한 부모들도 상술을 버텨내기 쉽지 않다. 그러한 곳에서 충동구매를 피하기 위해서는 내가 사야 할 목록을 미리 작성하고 그날 쓸 예산을 미리 짜두고 현금이나 해당 금액을 넣어둔 체크카드를 챙겨가는 것이 좋다. 또한, 무조건 싸다고 사서는 안 되고 유통기한 확인도 꼼꼼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자가 행사장을 방문했을 당시 한 유아 세제 판매대에서 유통기한이 지나진 않았지만 2년 전 만들어진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육아용품은 업그레이드 주기가 빠르고 미리 사두면 되레 짐만 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필요한 물품 위주로 구매하는 것을 권한다. 제품 가격을 온라인으로 확인한 후 최저가와 비교해 구매하는 센스도 필요하다.

slypdh@sedaily.com

박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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