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길

이규진 성장기업부장

생산성 제고는 당위이자 숙명

자동화·복리후생, 업무효율 높여

노동시간 길면 생산성 낮은 경향

경영·공정혁신으로 생산성 향상을

이규진 성장기업부 부장.




지난달 28일 주당 최대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후 자주 회자된 단어가 노동생산성이다.


생산성 제고는 기업에 당위이자 숙명이다. 한 번은 들어봤음 직한 6시그마·TPM·스마트공장 등이 대표적인 생산성 향상 기법들이다.

생산성을 높이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생산물과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기업의 원가 부담은 줄고 영업이익은 많아진다. 이렇게 되면 가격경쟁력이 올라가고 남는 이익으로 시설·연구개발(R&D) 투자를 해 매출과 고용을 늘릴 수 있다.

생산성은 자본투입을 잘하면 높아진다. 일례로 자동화를 들 수 있다. 태양광 발전판 ‘웨이퍼’의 핵심인 ‘잉곳’을 만드는 웅진에너지 대전공장에서는 자동화 덕에 6명의 직원이 기계 64대를 관리한다. 이에 비해 중국 경쟁 기업들은 직원 1명이 기계 1~2대를 맡는 경우가 많다. 이들 기업의 단위노동생산량은 1,200장인 반면 웅진에너지는 약 1,666장이다.

국내 최대의 피스톤 업체인 동양피스톤 역시 지난 2016년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시간당 생산량을 10% 향상시켰다. 반면 불량률은 100만개당 1.9개에서 1.43개로 26% 떨궜다.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복리후생을 높여 생산성을 높인 기업들도 적지 않다. ‘영단기’ ‘공단기’로 유명한 교육 업체 에스티유니타스는 장시간 컴퓨터를 쓰는 직원들의 피로를 풀어주고 업무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헬스키퍼실(마사지실)’을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 여행 플랫폼 기업인 마이리얼트립 직원들은 오전7시부터 10시30분 사이 아무 때나 출근한다. 하루 8시간만 근무하면 ‘칼퇴근’이다. 두 기업 모두 업무효율과 사기가 올라갔다는 전언이다.

관련기사



이처럼 생산성을 끌어 올리는 경영기법은 다양하다.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과 인센티브를 줘 근무의욕을 높여주는 것도 좋다. 공정한 신상필벌 인사를 하고 성과 공유를 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충격파는 피할 수 없게 됐지만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 수단은 많은 것이다. 다만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의존하는 후진국형 업종들은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커지는 임금 부담 탓에 이들 사이에서는 “한국 탈출” 목소리가 높다.

노동시장을 놓고 보면 한시적 노동자 등 비정규직이 많을수록 노동생산성은 낮아진다. 싼 임금에 기대 ‘인건비 따먹기’를 하면서 수시 해고를 하면 근로자의 숙련도는 떨어지고 업무 노하우 축적은 힘들어진다.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노동시장, 생산성, 그리고 주식시장의 함수’ 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노동시간과 생산성을 비교해보면 매우 뚜렷한 부(-)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중략) 한시적 근로자 비율과 노동생산성 역시 부(-)의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것은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노동생산성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다. 그러나 노동시간이 줄면 생산량은 감소할 수 있지만 자동적으로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노동생산성=생산량/노동량(시간)(또는 국내총생산(GDP)/노동량)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아이들 타임(낭비시간)’이 줄고 노동강도가 높아져 생산성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인 이상 제조 업체 1만1,692곳을 조사한 결과 2004~2011년 주40시간 근무제(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1인당 실질 부가가치 산출이 1.5% 상승했다고 밝혔다. 특히 20인 이상 기업은 노동생산성이 1.9% 높아졌다.

교육·복지 등 사람에 대한 투자, 자본투입, 경영·공정 혁신으로 노동생산성은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도전에 어떻게 응전할지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sky@sedaily.com

이규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