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민관 대책회의 /연합뉴스미국의 철강 관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투 트랙으로 대응한다. 정부는 한국산 철강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국가 면제 협상을, 철강업계는 특정 품목에 대한 면제를 요청하는 품목 제외 노력을 전개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9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관세 경감·면제 협의를 하겠다”며 “이미 USTR과 대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업계 차원에서는 품목별 제외를 준비하기로 했다”면서 “품목 제외 문제는 미국의 현지 기업이 청원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미국 기업과 협의해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미국은 중요한 안보관계가 있는 국가가 철강 공급과잉 등 미국의 우려를 해소할 대안을 제시할 경우 관세를 경감 또는 면제해주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내에서 충분한 물량과 품질로 생산되지 않는 품목에 대해 미국 기업의 요청이 있으면 관세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협상을 통해 관세가 경감·면제될 가능성에 대해 이 관계자는 “가능성에 대해 말하기 어렵고 업계와 협의를 통해 최선을 다해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과잉공급이나 중국산 철강 환적 문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대안”이라며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어떻게 합의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중국산 철강 환적 문제를 설명해도 효과가 없는데 다른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논의하고 있고 말하기가 어렵다”면서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출자율규제가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고 구체적으로 그런 게 대안이라고 말씀드리기가 그렇다”며 “중요한 것은 업계 의견”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8일 서명한 관세 명령은 15일 뒤인 오는 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23일까지 협상이 잘 안 풀리면 관세를 물어야 하지만 미국은 협상 기한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이 관계자는 “조치 발효가 15일 뒤이지만 그 전에 국가 면제 협상이 끝나야 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며 “다만 15일 이내에 끝나지 않으면 관세를 부담하는 게 분명해서 가급적 15일 이내에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기아자동차 등 미국 현지공장에서 한국산 철강을 수입해 사용하는 우리 기업에 대해 “미국산 철강을 쓰는 공장보다 원가가 부담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투자기업의 공장 가동에 필요한 철강재에 대해 품목 예외를 강력히 주장하겠다”면서 “이 노력은 우리 기업이 소재한 주(州)정부 및 의회 인사와 같이하겠다”고 밝혔다. 철강 협상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철강 협의와 한미FTA 협상이 시기적으로 겹치고 협상창구도 둘 다 USTR이기 때문에 상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