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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 이승기 “군대서 많이 혼나보며 다듬어졌다”

“누난 내 여자니까~”를 부르던 18세 ‘국민 남동생’ 이승기가 어느덧 서른둘이 됐다. 15년차 연예인이 되는 동안 이승기는 가수부터 드라마, 영화, 예능까지 두루 영역을 확장시켜왔다. 이에 사람들은 묻는다. “이승기는 가수야? 배우야? 방송인이야?”. 당사자는 말한다. “엔터테이너”라고.

이승기 /사진=CJ엔터테인먼트이승기 /사진=CJ엔터테인먼트





군 제대 직후 이승기가 바쁜 행보를 펼치고 있다. tvN 드라마 ‘화유기’와 영화 ‘궁합’(감독 홍창표),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로 맞물려 돌아왔다. 비록 ‘화유기’가 안타깝게 방송사고와 스태프 추락사고를 겪었지만 어쨌든 자체최고시청률 6.9%로 종영, ‘궁합’은 개봉 일주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집사부일체’ 역시 시청률 8~9%대로 복귀작들의 성적이 썩 괜찮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승기는 앞선 ‘화유기’ 논란에 허심탄회한 심경을 밝혔다. “내 작품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이 좋은 이야기만 있으면 참 좋겠지만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정말 발생하면 안 되는 사고이지만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그런 논란을 이제 업계에서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우리 드라마를 계기로 이런 문제가 공론화돼서 앞으로 환경이 나아지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

예전 ‘1박 2일’ 멤버 나영석 PD,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과 2015년 ‘신서유기1’까지 함께한 후 최근 예능 ‘집사부일체’에서는 양세형을 제외한 예능 신생아 이상윤, 육성재를 이끌고 선봉에 서서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부담이 있지 않냐고 묻자 “당연히 있었다. 내가 주축이 돼서 하는 프로그램은 처음이었다. 호동이형, 수근이형, 나영석 감독님과 함께 하다가 그걸 벗어나서 처음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안정적으로만 가서는 장기적으로 내가 자생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처음에 ‘집사부일체’가 기대에 못 미친다 해도 내가 많이 배우고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다”며 다행히 요즘엔 ‘집사부일체’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반응들이 있다고 말했다.

나영석 PD, 강호동, 이수근과 또 예능을 하고 싶은 계획이 있는지 묻자 “서로 마음은 있을 거다. 영석이 형도 프로젝트로 쉴 새 없이 일하시는 것 같다. 지금은 서로가 너무 바빠서 새로운 걸 기획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되는 것 같다. 기회만 된다면 얼마든지 함께 하고 싶다. 최고의 멤버이니까”라고 깊은 신뢰를 보였다.

이승기 /사진=CJ엔터테인먼트이승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인터뷰를 하며 솔직한 대답과 너스레로 응하는 이승기에게서 한결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이에 그는 “군대를 갔다 와서 그렇다”고 웃으며 “군대 얘기는 멈추기 힘든 것 같다. 잘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한동안 군대 얘기를 제재받기도 했다. ‘집사부일체’에서는 개인적인 자랑은 아니더라도 공식적으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군대얘기는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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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화두가 나오니 정말 술술 이야기보따리가 풀어졌다. “매일 짜증이 나기도 했고 웃으면서만 지내진 않았다. 그래도 할 수 없는 경험들을 했다고 생각한다. 신체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해서 자신감과 교훈을 얻었다. 내가 전역 후 세 스케줄을 뛰면서 얼굴 하나 안 변하고 활동할 수 있는 건, 군대생활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더한 걸 겪어봤기 때문에 불평불만이 줄어든 것 같다. ‘화유기’ 촬영도 힘들었지만 거긴 난로라도 쬐어주고 패딩이라도 입혀줬지 군대에서는 그런 것도 없었다.(웃음)”

“군대는 좋은 교육의 장이었던 것 같다. 어떤 장군님께서 ‘사회로 나가기 전에 군대가 마지막 장이 된다’고 하셨다. 거기서 에너지도 많이 얻었고, 자신감이 유쾌하게 나오게 되는 것 같다. 거기서도 충분히 많이 혼나봤다. 그러면서 다듬어졌다. 우리 사회가 많이 바뀐 게, 예전에는 ‘공동체’에서 지금은 ‘개인주의’로 옮겨가는 것 같다. 다들 들어보면 각자의 특기가 있더라. ‘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가치가 있구나’를 생각하게 됐다.”

군대를 통해 단체생활을 처음 해봤다는 이승기는 “연예인 활동을 하면서는 누군가가 챙겨주는 일이 많았는데, 군 생활을 하면서는 빨래, 청소 등 하나부터 열까지 나 스스로 해야 했다. 그 기간에 많은 걸 느꼈다. 남들과 똑같은 선상에서 했을 때 성공하면 성취감도 컸다. 연예인만 했다면 절대 경험하지 못했을 것을 경험한 것 같다”며 “더 솔직해진 것 같다. 얘기할 때 얘기하고 감수할 것은 감수하게 됐다. 내가 하는 말에 상대방이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그게 내 모습이라면 기분 나쁘지 않게 얘기하는 것 같다. 상대를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기 /사진=CJ엔터테인먼트이승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제 막 활동에 다시 물꼬를 튼 그는 한창 일하는 재미에 빠져 있어 외로울 틈이 없다고. “일하는 결과도 좋아서 더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외로움을 안 느끼려 더 열심히 한다. 이러다 집에 있으면 갑자기 외로워질 수도 있겠다”며 웃었다.

데뷔 이후 최근까지도 드라마, 영화, 예능에서 종횡무진 활동한 이승기에게 여전히 정체성을 묻는 이들이 있다. 이승기는 가수, 배우, 방송인 중 어떤 수식어를 원할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완전히 없어졌다. 나는 ‘엔터테이너’라 생각하게 됐다. 어설프지 않고 제대로 해내는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다. 다만 고민되는 건, 내가 화환을 보낼 때 뭐라고 써서 보내야하나 고민하게 된다. 요새는 크로스오버가 많이 되는 세상인 것 같다. ‘집사부일체’와 ‘화유기’가 같은 날 방송됐는데 시청자들께서 그걸 충분히 구분해서 봐주신 것 같다. 해외 여권에는 아직도 직업란에 ‘가수’라 쓴다. 가장 가까이 있는 게 음악이긴 하다.”

전역하니 20대에서 30대로 훌쩍 나이를 먹었다. 이승기는 30대 활동에 대한 구상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나는 계속 내 갈 길을 갈 것 같다. 20대 때는 정체성을 고민했는데 지금은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30대의 이승기는 20대 때의 고민을 최소화해서 뚜벅뚜벅 잘 갈 것 같다. 이제 캐릭터를 따지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 지금까지 해온 것에서 깊이 있게 더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체력이 되고 좋은 제안이 온다면 2018년은 최대한 이것저것 많이 해보려 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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