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오는 6·13지방선거 이전에 일자리용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서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적자 국채를 발행하기보다는 지난해 쓰고 남은 정부 예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최소 5조원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추경 편성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며 청와대와 정부 계획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경이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11일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부가 지방선거 이전에 일자리용 추경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만큼 추경 편성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추경 규모에 대해 “아직 미정이다. 지난해 정부가 다 쓰지 못하고 올해로 넘긴 세계잉여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도에 소진하지 못하고 남긴 세계잉여금은 11조3,000억원이다. 이 중 특별회계를 뺀 일반회계 잉여금은 10조원이다. 나랏빚을 늘리지 않고도 일반회계 잉여금만으로도 10조원대의 추경 편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잉여금에 더해 정부가 올해 들어올 초과세수예상액까지 재원으로 미리 당겨 쓴다면 추경 규모는 최대 10조원 중후반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에도 당해 연도 세입초과예상액 8조8,000억원과 2016년도 예산에서 넘어온 1조1,000억원의 세계잉여금을 활용해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추경 규모를 5조~10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도 추경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백재현 민주당 의원은 추경 편성 요건을 확대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현행 국가재정법 89조는 △전쟁 △대규모 재해(자연재난·사회재난) △경기침체·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등이 발생할 경우에만 추경을 편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을 ‘경제 여건’으로 포괄하고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해 시급히 변경이 요청되는 경우’를 신설해 범위를 넓히는 게 핵심이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의 군산공장 폐쇄와 성동조선해양의 법정관리행 등 시급성이 큰 사안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게 백 의원 측의 설명이다.
추경 편성 요건에 대한 손질은 여야 모두 공감해온 사안이다. 정당마다 요건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매번 타당성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민병권·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