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단독] 리딩금융그룹 놓고 KB-신한 빅매치 예고

[ING생명 인수전 KB도 가세]

KB금융 2주전 MBK에 가격 타진

신한 들어오자 내부 긴장감 고조

2조3,000억 현금 여력 바탕으로

블록딜 형식 매각후 가격 조정할듯

KB금융 윤종규 회장KB금융 윤종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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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105560) 회장은 지난해 11월 연임 직후 “생명보험 쪽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런 부분을 보강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며 보험사 인수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지난 1월에는 “생보사 인수는 여전히 ing(진행) 중이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이미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해 손해보험(4위)과 증권(5위) 업계에서 단번에 상위권으로 올랐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3조3,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리딩금융그룹’ 자리에 도약했다.

이런 KB금융에 ING생명은 또 한 번의 인수합병(M&A) 대상으로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다. 윤 회장은 “진정한 리딩금융그룹은 2위와의 격차를 30%까지 벌려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KB생명(자산 9조원대)은 비은행 계열사 중 19위로 취약하지만 ING생명을 품으면 자산 40조원대로 5위권에 올라설 수 있다. ING생명은 위험기준 자기자본(RBC)비율 500%대로 자본력과 재무구조가 탄탄하다. 보장성 상품의 비중이 78%로 높은 편이라 향후 자본 확충의 부담도 덜하다. 보험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중소형 규모 인수로는 성장에 제약이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KB금융이 속도를 내지 못했던 건 가격 때문이다. 2012년 KB금융은 ING생명 인수를 시도하다 이사회의 반대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당시 조율된 가격이 지분 100%, 2조2,000억원대여서 이 기준을 지나치게 넘어서기에는 부담이 크다. 윤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보험이 쉬운 비즈니스가 아니고 주주들도 일부 걱정하는 측면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도 “KB손해보험을 보면 결과적으로 좋은 가격에 사서 지금 자기자본이익률(ROE) 14%가 나오는 만큼 잠재력 있는 회사는 제대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생보보다는 손보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였던 신한금융이 ING생명의 예비실사에 뛰어들면서 판도가 급반전하게 됐다. 프라이빗딜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KB금융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것이다. ING생명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는 양측 금융지주 모두에 ING생명이 리딩금융그룹을 위한 열쇠가 될 수 있어 일종의 꽃놀이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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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KB금융은 3조3,000억원, 신한금융은 2조9,000억원대 순이익을 거뒀다. 이 기간 ING생명 순이익은 3,400억원이다. KB금융이 인수하면 확실한 1등 지위를 고수하게 되고, 신한금융이 손에 넣으면 상당 수준 KB를 따라잡게 되므로 인수전이 뜨거워지며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매각 당시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거래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진 사례처럼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이 지난달까지도 MBK파트너스 측에 가격을 타진했지만 서로 눈높이가 맞지 않았는데 조만간 다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KB가 2조3,000억원 가까이 현금 여력이 있는 만큼 2조원대 후반까지는 (양측이) 조율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의 참여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가격과 시너지 메리트를 생각하면 관망하는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MBK파트너스가 보유 중인 ING생명 지분 59.15%의 시가는 2조5,000억원 수준이다. 일단은 KB와 신한 모두 무리한 베팅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KB그룹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가격을 놓고 MBK파트너스 측과 협의를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KB금융 측은 1조9,000억원에서 최대 2조2,000억원 이상은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KB금융 내부에서는 통 크게 가격을 써내야 한다는 주장과 비싸게 샀다가 승자의 저주에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이 때문에 KB금융은 상장 후 50% 가까이 높아진 ING생명의 주가가 매각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은 자체 자금 여력을 바탕으로 블록딜 형식과 매각 후 옵션을 통해 가격을 맞추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 역시 가격 논란으로 내부가 시끄러운 분위기다. 지주사의 자체 보유 현금 이외에 지주채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인수금융을 통해 추가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 가운데 유상증자는 대주주의 지분이 희석되고, 인수금융 역시 상대적으로 비싼 이자를 치러야 한다. 가장 유력한 건 과거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 시 썼던 상환우선주 발행이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어떤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해도 ‘오버페이’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배당과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부분의 인수 비용을 회수한 MBK 측이 가격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정원·임세원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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