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자원개발 이대로 폐기해도 좋은가] 이라크·UAE유전 성공 일군 정상외교...적폐 운운하다 맥 끊길판

<3>실종된 자원 정상외교

盧·MB정부 적극 나서 해외 자원개발 잇단 성과냈지만

朴·文정부 들어 정치 공방으로 '자원 정상외교' 발 못떼

"아베·시진핑처럼 컨트롤타워 나서 예산·외교지원 필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월2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석유공사를 방문해 술탄 알자비르 UAE 국무장관, 공사관계자들과 함께 에너지신사업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월2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석유공사를 방문해 술탄 알자비르 UAE 국무장관, 공사관계자들과 함께 에너지신사업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지난 2009년 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빈 방한 중인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과 이라크 유전개발과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연계하는 사업에 합의했다. 한국은 이라크의 경제 재건에 필요한 SOC 인프라를 제공하고 이라크는 한국에 유전 개발·생산 광구를 부여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라크는 불안한 정세 탓에 한국 기업의 활동이 사실상 전무했던 미개척지였다. 우리나라 정부는 정상회담에 앞서 폭탄이 쏟아지던 바그다드 시내로 진입해 한·이라크 경제협력 포럼을 개최하는 등 정상외교의 기틀을 닦았고 결국 이 전 대통령이 탈라바니 대통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자원외교의 힘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가스공사는 이라크 주바이르와 바드라 등 유전입찰에 성공했다. 매년 43만배럴을 생산하는 주바이르 유전사업은 지난해 12월 개발사업 투자비 24억9,000만달러를 전액 회수했고 오는 2035년까지 매년 순수익을 거두는 ‘노다지’로 평가받는다.

박근혜 정부에서부터 해외자원개발은 ‘적폐’라는 인식이 고착화되면서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정상 자원외교 명맥은 뚝 끊겼다. 자원개발 업계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게 해외 자원개발”이라며 “중국·일본 등 각국 정상들이 해외자원개발에 나서는데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자원외교가 부활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민간 위주로 진행하겠다는 말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해외자원개발을 이명박 정권의 ‘심벌(Symbol)’로 치부하는 인식 탓에 현 정부도 자원개발의 발을 떼고 있지 못하지만 본격적인 자원개발 정상외교의 문을 연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노무현 정부에서부터였다.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6년 정부가 발표한 해외자원개발 투자실적에 따르면 해외자원투자개발액은 21억달러로 당시로서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해외자원개발 투자액이 4억6,000만달러까지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노무현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의지는 상당했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중 자원외교를 목적으로 17개의 국가를 방문했고 그 결과 88억배럴의 석유 가스와 광물 자원을 확보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기틀을 닦았던 중앙아시아 자원외교는 이명박 정부의 자원개발에 자산이 됐다. 대표적인 사업이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사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9월 카자흐스탄 방문에 이어 2005년 5월에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했다. 정상회담에서는 자원협력약정이 체결돼 양국 간 에너지·자원 분야 협력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구축됐다. 본 계약을 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그는 2011년 우즈베크를 방문해 롯데케미칼·한국가스공사 등을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하는 약 4조3,000억원 규모의 계약서에 사인했다. 현재 수르길 프로젝트는 2015년부터 생산에 들어가 수익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지분법 이익으로 40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자원개발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권을 뛰어넘어 국가 차원의 연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자원외교를 5년간 손 놓고 있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와 GS에너지가 획득한 아부다비 석유개발 사업도 자원 정상외교의 필요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는 기득권을 선점한 영국·미국·프랑스 등 선진국 메이저 기업 외에는 외국 기업의 자원개발 참여가 이뤄지지 않은 접근 불가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UAE와 ‘100년간의 전략적 파트너관계’를 맺겠다는 기조하에 2011년 3월 한·UAE 양국 정상이 석유가스 분야 개발협력 MOU를 체결했다. ‘엑손모빌’과 같은 석유메이저 기업이나 일본 기업에만 진입을 허용한 UEA 아부다비에 세계 77위의 석유기업인 한국석유공사와 GS 에너지가 진출한 것은 정부의 정상 자원외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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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정치적 공방으로 정상 자원외교를 방치하는 사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주석은 자원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집권 이후 몽골·사우디아라비아·터키 등과 광물 자원 개발을 위한 상호협력에 합의했고 지원 예산도 7,000억원 규모로 증가시켰다. 이어 자원 확보전략 5대 방안을 수립하고 현재 20%대에 머물러 있는 자주개발률을 2030년까지 4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시 주석 역시 취임 후 첫 해외순방지로 탄자니아·남아프리카공화국·콩고 등 아프리카 국가들로 하며 자원 외교 의지를 드러냈다.

자원개발 업계 관계자는 “자원외교는 국가가 외교력을 총동원하는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중국과 일본 정상들이 코발트·리튬 등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간으로 자원개발을 미룰 것이 아니라 정부가 컨트롤 타워가 돼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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