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북-미 정상회담 기싸움 돌입]美 "구체 조치 없으면 金 안만나" VS 北 "美, 해상봉쇄 허용 못해"

백악관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돼야 회담 성사' 압박

北은 '대북제재 완화' 추이 봐가며 정상회담 대응 나서

정의용 "南北美 정상 결단에 경의...준비에 만전 기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던 정의용(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왼쪽) 국가정보원장이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던 정의용(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왼쪽) 국가정보원장이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가운데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 싸움에 돌입했다. 미국은 ‘구체적 조치’를 강조하며 북한을 압박한 반면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공식보도를 삼가며 대북제재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공화당 후보 선거지원 유세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관련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느냐”며 “그것은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동시에 “지난 30년에 걸쳐 처리돼야 했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지금 우리가 이렇게 처리하니 괜찮다”면서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를 위해 가장 위대한 타결을 볼지도 모른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백악관은 북미정상회담의 조건으로 북한의 ‘구체적 조치와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구체적(concrete)’이라는 단어를 아홉 번이나 사용했다. 그는 ‘구체적 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검증 가능한(verifiable)’이라는 단어를 함께 쓴 것으로 봐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앉기 전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관련한 북한의 직접적 입장이나 초기적 조치를 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간접적인 전달은 아무래도 구속력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북한이 직접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명을 하라는 것”이라며 “미국이 원하는 CVID 방식의 비핵화를 할 수 있다는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표명이 있어야 된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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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수락한 지 이틀이 지난 11일까지도 공식 발표를 삼가고 있다. 북한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대변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에 지난 10일 게재됐던 북미정상회담 기사도 11일 돌연 삭제됐다. 앞서 조선신보는 “분단의 주범인 미국이 일삼아온 북침전쟁 소동에 영원한 종지부를 찍는 평화 담판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이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를 통한 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 보도를 일절 삼가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신보가 이를 자체적으로 삭제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보도 대신 미국의 대북제재에 대한 공세를 이어나갔다. 대북제재 완화 정도 등의 추이를 지켜보며 북미정상회담에 대응해나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우리에게는 그 어떤 군사적 힘도, 제재와 봉쇄도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며 “오늘도 내일도 우리 공화국은 미국이 저들의 자막대기에 따라 선과 악을 가르고 정의와 진리를 짓밟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박4일간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리에서 “저는 이 기회를 빌려 한반도 비핵화 목표의 조기 달성, 또 그것을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그리고 두 분의 결단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용기 있는 결단도 높이 평가한다”며 “앞으로 저희는 두 번의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개최되고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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