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미정상회담 '악마의 디테일'을 경계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요청에 응하겠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기선 제압을 위한 양측의 신경전이 벌써부터 벌어지고 있다. 백악관이 “북한의 구체적인 조치와 행동을 보지 않고는 만남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자 북측도 “우리에게는 어떤 제재와 봉쇄도 절대 통하지 않는다”며 맞받아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엄청난 성공”을 자신하고 김 위원장이 “큰 성과”를 소리 높여 외쳤음에도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여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세부내용으로 가면 문제는 더 복잡하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체제 보장 조건으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과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정전협정 당사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될지도 모른다. 현실화한다면 우리는 한미동맹은 물론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도 잃어버리게 된다.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방사포를 포함해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재래식 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자칫 오판할 수도 있다. 북한의 조건은 우리로서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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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 공조가 이완될 우려도 있다. 가뜩이나 대북 제재를 떨떠름하게 생각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미대화 과정에서 제재 완화의 목소리를 높일 게 분명하다. 중국·러시아가 국제공조에서 이탈한다면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는 미국의 방침도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 ‘이것이 북미 정상회담의 진정한 위험’이라는 미국 언론의 경고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한반도 긴장 완화의 큰 걸음을 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합의된 것이라곤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 이제는 세부내용 안에 숨어 있는 악마의 모습을 하나하나 찾아내고 이에 대비하는 데 모든 외교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다음달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은 그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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