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현 정부 정책 코드에 맞춰 자산운용사들이 ‘ESG 상장지수펀드(ETF)’를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ESG ETF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평가결과를 기반으로 비재무적인 요인을 고려해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의 한 종류다. 최근 기업의 사회책임투자 강조 기조 등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며 해외에서는 이미 한 상품 순자산이 1조원이 넘을 정도로 관심도가 높지만 국내에서는 ‘아무도 찾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면당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화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KB자산운용·하이자산운용 등이 총 6개 ESG ETF 상품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정부 정책과 맞물려 ‘착한 투자’에 대한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신경전을 펼칠 정도로 분위기가 과열됐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5~9일) 전체 ESG ETF 상품 중 자금이 순유입된 상품은 전무했다. 일평균 거래량도 가장 먼저 출시된 한화자산운용 ‘ARIRANG ESG우수기업’이 95주,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MSCI KOREA ESG리더스‘와 ’TIGER MSCI KOREA ESG유니버설‘은 각각 39주와 61주에 그칠 정도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3개 상품은 1개월 이상 자금 순유입이 전혀 없었고, 같은 기간 나머지 상품들도 1개를 제외하고는 순유입 금액이 50억원이 채 안될 정도로 투자가 저조했다.
이는 해외에서 큰 관심을 받으며 시장에 정착한 ESG ETF 상품들과는 대조적이다. 글로벌 ETF 정보 제공 서비스 ‘ETFDB.COM’에 따르면 가장 규모가 큰 ESG ETF 상품인 ‘아이쉐어(iShares) MSCI KLD 400 소셜 ETF’는 순자산만 10억1,293만 달러(한화 약 1조 833억원)고, ‘iShares MSCI USA ESG 설렉트 ETF’는 6억8,398만 달러(약 7,315억원)에 달한다. 여성 임원 진출 비율이 높은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성과를 추적하는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SSgA) ‘SPDR 젠더 다이버시티 인덱스 ETF’도 3억1,916만 달러(약 3,413억원)에 이른다. 보이지 않는 시장·사회 건전성 등 가치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업계는 기업지배구조 개편 등 현 정부의 정책 기조,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증대 등 변화하는 시장 여건 덕에 ESG ETF가 적절한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사회책임투자라는 게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모멘텀은 아니기 때문에 수익률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 국내 시장에서는 사실상 힘들다”면서도 “ESG는 펀더멘탈이나 영업이익, 매출 같은 실적보다도 상위에 있는 개념”이라고 진단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ESG ETF가 수익률 측면에서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면서 “아직은 펜션펀드(연기금) 등이 의무적으로 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ESG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거나 시장을 이길 수 있는 투자라는 등의 얘기가 나오는 만큼 분위기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