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삼성중소형FOCUS증권’에 가입한 직장인 이모(34)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연간 수익률이 20%에 달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던 펀드가 가입 후부터 6%의 손실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으로 중소형주 주가가 오르는 가운데 이씨가 가입한 펀드만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중소형주 펀드가 액티브펀드 상승을 이끌고 있지만 가입 펀드에 따라 투자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으로 20%에 가까운 높은 수익을 낸 대형 펀드가 최근 조정세에도 대형주 투자를 지속하며 지지부진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주식형 펀드 중 ‘액티브주식중소형펀드’는 연초 이후 -0.54%(9일 기준)를 기록했다. 중소형주 펀드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제약·바이오·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한 중소형주 종목의 주가 상승에 힘입어 5~10% 안팎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주춤한 상황이다. 수익률은 마이너스지만 액티브주식 전체 수익률이 -1.61%, 액티브주식 배당이 -3.27%인 것에 비하면 손실 규모는 미미한 정도다.
중소형주 펀드는 지난해도 높은 수익률을 구가했다. 지난해 7월께 수익률은 연초 이후 10%를 넘어섰으며 최근 1년간 수익률은 16.2%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 수익률을 끌어올린 종목은 중소형주가 아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코스피 대형주였다. 코스닥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운용사들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펀드를 운용하며 성과를 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중소형주 펀드 상승세는 게임·제약주가 이끌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6.38%로 가장 높은 ‘KTB리틀빅스타’ 펀드는 엔씨소프트 대안으로 떠오른 게임주 펄어비스를 6.29% 담고 2차전지 수혜를 입은 대주전자재료 등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KB중소형주포커스’ 펀드는 역시 게임주 컴투스에 자산의 10%를 투자해 연초 이후 3.66%의 수익을 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펀드에 자금이 활발하게 유입되고 국내 투자자들도 펀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정부가 투자자 세제 혜택을 늘리고 KRX300지수 도입과 연기금 코스닥 투자 확대 유도 등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며 기대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 펀드는 상대적으로 성적이 부진하다. 전체 중소형주 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큰 ‘삼성중소형포커스’는 지난 9일까지 연초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다 이날 1.14%로 돌아섰다. 설정액 규모 2위인 ‘NH-아문디 올셋 성장중소형주’ 펀드 역시 연초 이후 수익률은 -0.80%다. 시장 관계자들은 성과의 차이를 투자 종목에서 찾았다. 두 펀드 모두 지난해 12월까지 전체 투자 종목 중 비중이 가장 큰 종목은 삼성전자다. 대형 펀드의 경우 투자 종목 수가 비교적 많지만 상위 10개 종목 중 코스피 대형주 투자 비중이 10%를 넘는 것도 수익률이 높은 중소형 펀드의 차이점이다. 상황이 이렇자 운용사들도 올해 들어 전략을 재편하는 모습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삼성전자 투자 비중을 기존 5.39%에서 3.13%로 줄이고 아모레G 대신 씨에스윈드 등 성장이 예상되는 중형주 투자 비중을 늘렸다.
주요 증권사는 올해 게임·금융 등 개별 업종별로도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위주의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주식시장 변동성이 컸지만 코스피 중소형주와 코스닥 시장은 연초 대비 플러스 수익을 내고 있다”며 “금리 상승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증시 조정세가 강했지만 삼성전자와 셀트리온 쏠림이 완화하면서 중소형주에 수급이 고루고루 돌아가는 효과가 나타났으며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