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무역이 美공화당 최후의 보루다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트럼프, 국가안보 명목 관세폭탄

공화당 내부 반발마저 무시 땐

당 분열·失뿐인 무역전쟁 자초

실직자 보조금·재취업 투자 등

무역문제 효율적 대응책 필요

파리드 자카리아파리드 자카리아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관세 논란은 단순히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을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의미심장한 정치적 싸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완전한 지배를 저지하기 위한 공화당의 마지막 저항이다. 개인적 성향 논란에서 이민과 사회복지 제도 개혁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대통령에게 양보를 거듭해온 공화당 지도부가 드디어 자유무역을 놓고 거부 의사를 밝히며 저지선을 그은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당 지도부가 밀린다면 트럼프의 공화당 변혁은 불가역적으로 완성될 것이다.

최근 몇 주간 트럼프는 자신이 대중주의자(populist)임을, 아니면 적어도 TV 앞에서 그런 연기를 해왔다는 사실을 기억해낸 듯 보인다.

잊힌 근로계층을 대변하는 호민관 행세를 하며 선거전을 치른 트럼프는 당선 직후 공화당에 힘을 실어줬고 공화당은 기다렸다는 듯 오바마케어를 공격하고 규제를 철폐했으며 기업과 부유층을 위한 어마어마한 감세를 단행했다.

그러나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정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의 수사를 실제로 믿기 때문인지 트럼프는 관세와 이민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종종 그러하듯 트럼프는 지금 대부분의 당내 지도자들에 비해 공화당 지지 기반과 더욱 긴밀히 연결돼 있다. 최근 퀴니피액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유권자는 공화당과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관세를 압도적으로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다수의 공화당계 유권자들은 관세를 지지한다.

사실 지난 10년간 공화당원들의 자유무역 지지율은 무려 20%포인트나 떨어졌다. 반면 민주당원들의 자유무역 지지율은 15% 상승했다. 이는 주요정책에 대해 근대사에 기록된 가장 극명한 반전에 해당한다.

이제 자유무역에 회의적인 새로운 공화당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자본주의를 선호하면서 자유무역에 반대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애덤 스미스에서 밀턴 프리드먼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를 설파한 위대한 이론가들은 자유무역을 자본주의의 핵심 작동원리로 인정했다.

관련기사



이들은 관세란 특혜를 제공할 산업 분야와 상을 줘야 할 기업을 국가가 선정하는 식의 명백한 정부 개입으로 비효율성과 부패를 만들어내고야 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은 대상만 올바로 선정한다면 정부의 개입은 전혀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지금의 공화당은 주요 사안에 대한 전문가와 전문가의 해설을 경멸한다. 자유주의 이념이 판을 치던 지난 1980년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핸 민주당 상원의원은 새롭고 흥미로운 정책 아이디어는 모두 우파에 속한 윌리엄 F 버클리와 어빙 크리스톨로부터 나온다는 발언을 남겼다. 그러나 오늘날의 공화당은 숀 해니티와 러시 림보 같은 인물들을 지적인 지도자로 삼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가 광범위한 정치적 스펙트럼에 속한 숱한 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것을 살펴보라. 보수적인 헤리티지재단부터 자유주의적 성향을 지닌 카토인스티튜트, 중도좌파인 브루킹스인스티튜션, 좌익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nter for Economic and Policy Research)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목소리로 관세 부과에 반대한다.

백악관은 진지한 토론을 외면한 채 국가안보라는 거짓 당위성을 관세 부과의 배경으로 제공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대미 철강 공급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전의 보호주의 정책들이 모조리 실패로 끝났고 철강 업계의 일자리 손실은 무역보다 효율성과 업무 자동화에 기인한 것이며 관세로 철강과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 하나를 보존하려면 소비자들에게 150만달러의 부담을 안겨줘야 한다는 연구 결과에도 행정부 지지자들은 이제 더 이상 반응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 자료는 당파적 꼼수, 혹은 가짜 뉴스로 치부됐다.

마지막으로 공화당은 외국인과 다른 국가들에 적대적인 당으로 변모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시절 공화당은 관대한 이민정책, 강력한 동맹과 함께 세계 각지에서 민주주의가 진전할 것이라는 확실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오늘날 공화당의 기반 지지층은 외국인과 다른 국가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전통적 우방인 유럽국가들조차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본다. 미국의 동맹국인 캐나다, 유럽연합(EU), 한국과 멕시코가 관세 위협의 최대 타깃이 된 것은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역 문제가 분열을 가져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수십 년 동안에는 특히 이로 인한 분열의 정도가 심했다. 여기에 대처할 가장 현명하고 비용 효율이 높은 방식은 무역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대규모의 재취업훈련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다. 이는 외국인을 공격하고 무역 분쟁을 부채질하는 것보다 훨씬 건전한 방법이다.

트럼프가 이민·재정규율·대외정책과 치안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공화당의 시각을 이미 바꿔놓았기 때문에 그가 당내 이견을 누르고 무역을 둘러싼 전투에서도 이긴다면 전쟁을 승리로 마무리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공화당은 끝장이 나고 만다. 게다가 그가 오랫동안 과시해온 개인적 성향을 감안할 때 공화당을 트럼프당으로 개명하기 원할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