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나를 살게 하는 말들

천양희 作 (1942~)

1415A38 시로여는수요일




얼음이 녹으면 봄이 된다는 말이


나를 살게 한다

불완전하기에 세상이 풍요하다는 말이

나를 살게 한다

나를 잘못 간직했다가 나를 잃는다는 말이

나를 살게 한다


시가 없는 세상은 어머니가 없는 세상과 같다는 말이

관련기사



나를 살게 한다

그중에서도 나를 살게 하는 건

사람을 쬐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

날마다 나를 살게 하는 말의 힘으로

나는 또 살아간다

얼음이 녹아 봄이 되는 것이야 어떤 생명이 마다하겠습니까마는, 불완전하기에 세상이 풍요하다는 경지는 얼마큼 마음의 품을 넓혀야 하는지요. 재물을 잘못 간직했다가 재물을 잃는 것이야 한눈에 보이지만, 나를 잃지 않도록 잘 간직하려면 그 곳간을 무엇으로 지어야 하는지요. 시가 없는 세상은 어머니가 없는 세상과 같다는 말, 뉘라도 근본을 잃지 않으면 그 삶이 시와 같다는 말씀이겠지요. 사람을 쬐다니요.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차게 하는지 모르시는 게 아니라면, 궁극 사람만이 사람을 녹일 수 있다는 그 말씀이군요.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