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에 국회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동문과 지인들이 13일 국회를 찾아 우원식(가운데) 원내대표에게 민 의원 사퇴 철회를 촉구하는 연명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잇따라 터져 나오는 ‘미투(Me Too)’가 문화·예술계를 넘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지방선거 승리’와 ‘원내 1당 사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리던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가 나서 현역의원 출마 자제령까지 내렸지만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로 후보군 구성에 차질이 생기면서 선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원내 1당 지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역의원 수를 최대 2~3명으로 못 박았다. 민주당의 지방선거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이춘석 사무총장은 “후반기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현역 출마를 자제시킬 것”이라며 “현역의원 출마를 2명으로 제한하되 극히 예외적으로 1명 정도만 추가할 수 있다”고 일찌감치 공표했다. 이 같은 당 지도부 차원의 설득과 압박 탓에 전남지사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던 이개호 의원을 비롯해 전현희·박범계 의원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 현역의원들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 안팎에서는 인천시장 출마에 나선 박남춘 의원과 경남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경수 의원이 2명으로 제한을 둔 현역의원 출마의 마지노선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력한 충남지사 후보로 떠오르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여성 당직자 특혜공천 및 불륜 의혹에 휩싸이면서 민주당의 선거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박수현 예비후보가 중도 낙마할 경우 충남 천안을 지역구로 둔 양승조 의원이 최종 후보로 선출되면서 현역의원 출마 마지노선이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예비후보는 본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지만 당 지도부는 자진사퇴를 권유하는 것으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또 다른 광역단체장 주자들 가운데에서도 현역의원이 최종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현재 당내에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영선·우상호 의원 외에도 전해철(경기)·이상민(대전)·오제세(충북) 의원 등이 광역단체장에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남은 선거기간 동안 발생할 변수에 따라 이들 현역의원이 최종 후보로 낙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민병두 의원이 성추행 의혹 이후 사직서 제출을 강행하면서 셈법은 복잡해졌다. 민 의원의 사직서가 처리될 경우 민주당 의석수는 120석으로 줄면서 원내 제2당인 자유한국당(116석)과의 의석 차가 불과 4석으로 좁혀진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역의원의 대거 출마로 민주당이 원내 1당 지위를 놓치게 될 경우 ‘후보 기호 1번’ 확보에 실패하는 것은 물론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