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동남아 우버’ 그랩, 대출·보험 등 금융사업 진출

‘동남아 우버’인 그랩(Grab)이 금융으로 사업영역을 본격 확장한다. 지난 7년간 차량호출과 배달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끌어들인 수천만명의 그랩 앱 이용자들에게 본격적으로 대출과 보험 등 금융상품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13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엑스포에서 열린 핀테크(금융+기술) 컨퍼런스 ‘제1회 머니2020아시아(Money20/20 Asia)’에서 그랩은 자사 서비스 생태계 내 핀테크 플랫폼인 ‘그랩파이낸셜(Grab Financial)’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2012년 공유차량 호출 서비스로 시작한 그랩은 지금껏 음식주문과 빠른배송 등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서비스에 집중해왔다. 이날 메인강연에 나선 안소니 탄 그랩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그랩파이낸셜에는 결제와 리워드 서비스 등 그랩의 모든 핀테크 상품을 결집할 것”이라며 “이는 2020년까지 동남아 지역 전체에 걸쳐 1억명의 사람들의 소득을 증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13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엑스포에서 열린 ‘제1회 머니2020아시아(Money20/20 Asia)’에서 안소니 탄 그랩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그랩 이용자들에게 금융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핀테크 플랫폼 ‘그랩파이낸셜(Grab Financial)’ 런칭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그랩13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엑스포에서 열린 ‘제1회 머니2020아시아(Money20/20 Asia)’에서 안소니 탄 그랩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그랩 이용자들에게 금융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핀테크 플랫폼 ‘그랩파이낸셜(Grab Financial)’ 런칭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그랩


이날 그랩은 금융 영역 진입을 가속화하기 위한 두 개의 대형 제휴도 공개했다. 먼저 일본의 소비자금융 회사 ‘크레디트 세존(Credit Sasion)’과 제휴해 합작회사(JV) ‘그랩파이낸셜서비스아시아(Grab Financial Service Asia)’를 만들기로 했다. 제이슨 톰슨 그랩페이 동남아시아 매니징 디렉터가 합작회사의 매니징 디렉터도 겸직한다. 크레디트 세존은 일본에서 가장 큰 신용카드 발행 업체로 3,500만장의 신용카드와 3,600만장의 선불카드를 발행했으며 연간 620억달러(약 62조원)의 결제를 처리하고 있다. 이 합작회사는 그랩의 고객들에게 대출 등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한편 다른 금융기관에 신용평가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그랩의 운전자와 이용자에게 이동·지역 데이터와 이용실적·거래 데이터 등을 수집하고 분석해 대안적인 신용과 리스크 평가를 진행한다. 그랩 측은 자사의 방대한 데이터 세트를 활용하면 기존 신용 등급의 대안이 되는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그랩은 세계 최대의 글로벌 손해보험 기업 ‘처브(CHUBB)’와 그랩의 운전자와 고객들에게 보험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제휴를 체결했다. 처브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옛 에이스생명이 2015년 미국 처브를 인수한 뒤 그룹명을 처브로 바꾼 회사다. 이를 통해 앞으로 그랩 운전자들은 자신의 차량과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보험 상품을 선택할 수 있을 예정이다. 또 양사는 머신러닝과 예측분석 등을 포함한 그랩 플랫폼의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동남 아시아 지역의 민간 운전자에게도 알맞은 보험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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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톰슨 그랩페이 동남아시아 매니징 디렉터는 “은행계좌를 가질 처지가 못돼 은행과 보험회사를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무엇보다 그랩은 기존 금융기관과 고객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금융기관에게 비가시적인 사람을 가시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13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엑스포에서 열린 ‘제1회 머니2020아시아(Money20/20 Asia)’에서 제이슨 톰슨 그랩페이 아시아 매니징 디렉터가 메인강연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싱가포르=조권형기자13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엑스포에서 열린 ‘제1회 머니2020아시아(Money20/20 Asia)’에서 제이슨 톰슨 그랩페이 아시아 매니징 디렉터가 메인강연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싱가포르=조권형기자


그랩은 6억2,000명이 거주하고 있는 동남아에만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미얀마·태국·캄보디아·싱가포르 등 8개 나라 191개 도시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그랩의 모바일 앱은 8,600만 다운로드를 넘겼으며 260만여 운전자가 활동 중이다. 자가용, 오토바이, 택시 호출 서비스는 물론 음식배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그랩은 조만간 우버로부터 동남아시아 사업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랩은 지난해 7월에는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과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받은 바 있다. 현재 기업가치는 60억달러(약 6조원)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현대자동차가 현대차 공급 확대 및 공동 마케팅 등을 전제로 그랩에 수백억원을 투자했으며 삼성전자는 뒤이어 그랩의 운전자들에게 스마트폰 구입 금융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내용의 전략적 제휴(MOU)를 체결했다./싱가포르=조권형기자buzz@sedaily.com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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